모를 일이다. 미·북·중·일본 등이 모두 한반도 전쟁을 거론하고 있는데도 우리만이 태연자약, 천하태평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Oberdorfer)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엊그제 한 말이 몹시 꺼림칙하다. “한반도 주변이 절대폭풍(Perfect Storm)에 들어가고 있을지 모른다”는게 무슨 소린가. '절대폭풍' '완전폭풍'이란 삼각 파도가 맞닥뜨려 일으키는 최대 규모의 폭풍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조짐도 모르고 항해하는 '한국호(號)'가 염려스럽다는 경종이 분명하다. “이제는 선제공격의 시대”라는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말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대(對)한반도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최악의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소리다.
더구나 방독면을 지급, 화생방전 훈련에 돌입한 주한 미 대사관도 그렇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이른바 '인계철선(trip wire·引繫鐵線)'은 없다며 주한 미군 후방 배치를 서두르는 것 또한 두렵다. 북한쪽은 더욱 그렇다.
지난 1월의 NPT(핵불확산조약) 탈퇴 때나 핵 보유를 천명한 지난 달 베이징(北京) 3자회담 때나 전쟁 준비엔 변함이 없다. 소름끼치는 건 지난 2월 새겨졌다는 중부전선 북한측 초소 언덕의 '통일대통령' 표시다. 중국측 위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한 국제문제 전문지(世界知識)는 이번 여름∼가을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논문을 실었고 지난 번 3자회담도 주저 없이 '파열(美朝談判突然破裂)'로 간주했던 게 '차이나뉴스다이제스트'지였다.
일본은 어떤가. 북한의 핵 보유 발언 직후 아키바(秋葉忠利) 히로시마(廣島) 시장이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보낸 항의문쯤은 제스처에 불과하다. 그들은 한반도 유사시 '재한일본인 안전탈남(脫南) 시나리오'까지 짜고 있고 북핵을 기화로 군사대국을 겨냥한 헌법 개정 작전에 들어갔다.
우리만이 태연무심, 천하태평이다. 미·일·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3자회담 포기와 외면이고 오버도퍼가 어이없어하는 건 우리 20∼40대의 북핵 무감각이다. 절대폭풍은 없어야 한다. 꼭 6·25 직전 같은 태풍 전야의 무관심과 고요가 기우(杞憂)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동환(논설위원)
절대 폭풍
입력 200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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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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