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년경 미국 필라델피아주의 웨스터에서 아이들을 극진히 사랑했던 주일학교 교사 자비스 부인이 세상을 뜨자 많은 이들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특히 딸 안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며 묘소 주위에 평소 어머니가 좋아했던 카네이션을 심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안나의 이야기가 퍼져 1914년 미국의회는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정한 것이 유래로 전해온다.
우리 나라에서는 1956년에 5월8일을 어머니 날로 기념해오다 1974년부터 어버이 날로 지켜지고 있다. 어버이 날은 효(孝)와 뗄 수 없는 날이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意之國)이 아니더라도 부모에 대한 보은(報恩)은 동물에게서조차 나타난다.
까마귀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어 은혜를 갚는다 해서 반포조(反哺鳥) 또는 효조(孝鳥)라 부른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돌아가신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 뿐인가 하노라. 초등학생조차 읊조리는 시조이지만 요즘 들어 더 애달픈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어버이들은 정말 남다르게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사오정' 시리즈는 '사십오세가 정년'이란다. 81년 쉰여섯에 백악관을 떠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도대체 남은 25년 동안 무엇을 어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인생이란 점점 확대되는 것이지 결코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멋진 말을 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카터 정도니까 통하는 말이지 56세라면 우리 사회에서는 정년을 했거나 '위 아래' 눈치보기에 급급해 하면서 서글퍼하는 어버이들이 많다.
지난해 이맘 때는 가족들을 외국에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은 40대 '기러기 아빠' 2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가 충격을 주었다. 육군중령과 대학교수였던 두 사람 모두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케이스였다. 어버이날이라는 연례적인 술렁거림의 뒤편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위축되어 있는 아버지들이다.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방황하고 소리없이 울고 있는 사회다. 이 땅의 아들 딸들은 이 모습이 바로 나와 너의 미래의 자화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어버이 날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 아닐까./이준구(논설위원)
어버이 날
입력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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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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