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어머니 안징재(顔徵在)는 66세의 남편 숙양흘(叔梁紇)과 결혼식도 안올리고 동거해 공자를 낳은 16세 미혼모(未婚母)였다. 예수를 낳은 마리아도 그 '동정녀(童貞女)'라는 말 자체가 '생리적인 미혼모'를 뜻한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金首露王)은 하늘에서 떨어진 금란(金卵)에서 출생했으니 그 번쩍이는 알이 미혼모인 셈이고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朱蒙)의 어머니인 버들 꽃, 유화(柳花)부인도 남편이야 동부여왕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찬란한 햇빛을 받고 임신, 알을 낳아 주몽을 출생케 했으니 햇빛을 '미혼부(未婚夫)'로 둔 미혼모였다.

임금의 아들을 낳아 후궁이 된 그 흔한 조선시대 무수리, 나인이 아니더라도 미혼모야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있게 마련이고 천재, 위인을 낳은 미혼모도 헤아리기 어렵다. 신라의 천재 설총을 낳은 요석공주도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게 도끼를 달라”고 외쳤던 원효대사를 미혼부로 모신 미혼모였고 천재 중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어머니도 공증인 피에르를 미혼부로 둔 미혼모였다.

서구 근대소설의 비조(鼻祖)인 '데카메론'의 작가 보카치오, '춘희'의 알렉산드르 뒤마,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알렉산드르 뒤마 페르도 미혼모에서 태어났다. 드뷔시, 히틀러, 브란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연전에 아쿠타카와(芥川)상을 탄 재일 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와 이번 이라크 전쟁 포로였던 미 흑인 여군 쇼샤나도 미혼모다.

96년 봄 시라크 대통령의 딸 클로드 양을 위시한 프랑스의 미혼모율은 2002년 3월 현재 41%, 영국이 38%다. 99년 아이슬란드는 10명 중 6명, 노르웨이는 절반 정도였다. 2002년 2월 미 질병대책센터(CDC)가 밝힌 '2000년 미국 출생 통계'에 의한 미국의 미혼모도 33.2%였다. 이처럼 미혼모율은 구미 선진국일수록 높다.

물론 결혼도 임신도 '선택 과목'이라는 고무 풍선 같은 인식 때문이고 자유분방한 성 개방 풍조 탓이다. 그런데 드디어 우리 나라도 해마다 6천700여명의 10대 미혼모가 쏟아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선진국 '풍(風)'이라고 다 상쾌한 건 아닐 터인데….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