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화재 철인 11월13일 5만명의 영국 소방관이 파업했다. 임금 40% 인상 요구에 '2년간 11%' 반응이 성에 차지 않자 48시간 파업 예정을 변경, 12월까지 8일씩 3회에 걸친 파업을 결의했고 1차 파업 8일이 끝나도 '2년간 16%'에 머물자 2차 파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2차 파업 첫날인 11월22일 중부 웨스트브롬위치의 폐(廢) 플라스틱 공장에서 불이 났는데도 소방관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할 수 없이 '녹색의 여신'이라 불리는 군대 소방차가 출동했다. 그 화재 나흘 뒤인 26일엔 또 한 번 어이없게도 2천여개 초등학교 교사들이 파업을 했다. 런던 초등학교 교사 4만명은 작년 3월14일에도 파업, 1천여개교가 휴교 또는 단축수업을 했다. 영국엔 교사노조(NUT)도 있고 교장노조(NAHT)도 있다.

영국의 교사 파업날인 작년 11월26일 프랑스에서는 항공 관제사, 지하철, 우체국, 전화국 등 공공 노조원 6만명이 파업을 벌였다. 그 통에 애꿎은 시민들의 발은 꽁꽁 묶여버리고 전화 걸 손가락까지 까딱할 수 없었다. 불법 파업을 막는 '수'는 공권력밖에 없다.

한데 경찰까지 파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 경찰은 2001년 11월 한 달간 파업을 단행했다. 인도 경찰도 88년 7월29일 버스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파업을 벌였다. 그 경찰 파업을 막는 '최최후' 보루는 군대뿐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2001년 12월4일부터 나흘간 사상 최초로 군인 파업을 벌인 건 프랑스 헌병이었다.

그쯤 되면 단순한 '영국 병' '프랑스 병'이 아니다. 국민 잡고 나라 잡는 허울좋은 민주 선진국의 '암적(癌的)' 증상이 아닐 수 없다. 95년 3월 해외 공연 규제에 반발한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파업, 2001년 노동절인 5월1일 가사 노동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빨랫감을 매단 빗자루 두 개씩을 흔들며 이색 시가행진을 한 프랑스 주부 파업 정도는 애교에 가깝다.

그러나 국토의 물류(物流)는 인체의 혈류에 비유된다. 막히면 마비될 수밖에 없다. 국민을 공황(恐惶)에 떨게 하고 나라 경제를 공황(恐慌)에 빠뜨리는 파업은 국가 존재 이유를 걸어 막아야 마땅하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