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웬만한 정보통신기기는 1년 안에 고물이 되는 세상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십수년 전만 해도 40~50대의 나이면 사회의 중견으로서 한창 일할 때였다. 그러나 요즘 정보통신기기 만큼이나 폐기(?) 속도가 여간 빨라진 것이 아니다. 직장마다 정년이 줄고 나이라도 한 살 더 먹는 것이 두려운 가장(家長)들이다.

'사오정' 시리즈가 한창 유행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마흔 다섯이면 정년퇴직'이라는 중년 세대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담은 속어로 통한다. 그 뿐인가. '오륙도'는 심지어 '쉰여섯 살은 월급 도둑'이라 표현한다.

40대 이후 이른바 '5060 세대'가 삶의 허망함을 느껴야 하는 때다.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조국 근대화와 수출역군이라는 기치 아래 젊은 시절을 보냈건만 지금은 가정과 직장에서 떠밀려나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사는 불쌍해진 세대들이다.

춘추시대때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군사를 일으켜 정벌에 나섰다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군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을때 부하 관중(管仲)이 말했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가 필요하다'며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끌어다 고삐를 풀고 앞장세웠다.

말이 가는 대로 따라가니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말은 노인들이나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갖춘 지혜를 얘기할 때 곧잘 인용된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크게 달라졌다. 늙은 말의 지혜보다는 젊음의 힘이 넘치는 준마(駿馬)의 지식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중·장년이나 노인들은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고 싶어도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생산성 위주로 사회와 기업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한창 일할 나이의 장년층까지도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50대 폐기' 현상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돼 가면서 50대들이 버려지는 세태다. 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50대의 절반 정도가 실업이나 준실업 상태라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사오정'과 '오륙도'들을 회생시킬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