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일대에선 수막염(髓膜炎)이 맹위를 떨친다.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환자 수는 7천146명, 사망자 1천58명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 600여명보다 훨씬 많다. 또 지난 2월부터 중앙아프리카 콩고에서 번진 에볼라출혈열(出血熱) 사망자도 지난 2일 현재 123명이나 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의학바이러스연구소(IMV)의 볼프강 프라이저 박사는 드디어 '괴질 종말론'을 거론했다. 물론 사스 퇴치 실패의 경우를 든 것이지만 이쯤 되면 그의 종말론이 괜한 소리 같지는 않다. 아시아의 괴질과 아프리카의 괴질, 그리고 서구에선 웨스트나일열(熱) 따위 괴질까지 지구인을 협공한다면 요즘 말로 정말 장난이 아니다.
'중국의 사스가 대폭 줄었다(北京薩斯病大幅下跌)'는 중국 신문 보도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농촌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고 홍콩과 대만도 확산일로다. 지난 9일 중국 정부엔 WHO 전문가 사무실까지 개설됐지만 '누가(who)' 와도 별 수 없는 듯싶다. 화상(畵像) 전화와 재택 근무가 늘어가고 버스, 택시 기사가 마스크를 안쓰면 영업 정지다.
마스크가 모자라 브래지어를 잘라 만들고 결혼식도, 신혼부부 키스도 마스크를 쓰고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衛生部長)과 베이징 시장 등 120여명의 공직자가 SARS 직무태만으로 목이 날아가고 대만에선 '위생부장'이 아닌 '위생서장'이 삭탈관직을 당했다. 중국 농촌에선 유언비어까지 나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녹두 수프를 마시면 역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따위다.
그런 난리를 가리켜 '초연 없는 인민전쟁'이라 칭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요즘 '죽을 맛'이다. 잠수함 사고, 황하가 바닥난 지독한 가뭄에다 9·11 테러의 5배 충격이라는 사스의 경제적 타격 탓이다. 그런 와중에도 홍콩에선 하얀 마스크에 흡혈귀 이빨이나 애완 동물을 그려 넣는 기발한 '마스크 패션'이 유행이다.
아무리 괴질 충격파, 공포파가 심해도 좀 웃어가며 삶의 여유를 찾자는 뜻이다. 아무튼 우리 나라에선 아직 3번째 추정 환자밖에 나오지 않았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동환(논설위원)
괴질 종말론
입력 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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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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