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우리나라 김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렇잖아도 김치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이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7일 홍콩 중심가에서 한인상공회 주최로 열린 ‘홍콩축복 대행진’ 행사장은 ‘김치 예찬장’이었다. 동젠화(董建華) 행정장관까지 나서 ‘김치 파이팅!’을 외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에 이어 김치가 ‘제2의 韓流’를 주도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치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의 공급원이며 젖산균에 의해 정장작용(淨腸作用)을 하고 식욕을 증진시켜주기도 하는 우리의 주식이다. 상고시대(上古時代)때부터 이미 오이 가지 마늘 부추 죽순 무 박 등으로 김치를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김치라기보다는 장아찌류에 가까웠다고 한다.

18세기 중엽 증보산림경제라는 책자에도 여러가지 김치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그러던 김치는 2001년 7월 5일 식품분야의 국제표준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일본의 '기무치'를 당당히 물리치고 국제식품규격으로 승인받기에 이르렀다.

요즘 김치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특히 김치속에 포함된 마늘성분이 ‘사스를 이겨낸 원천’이라는 말이 퍼지면서부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촌진흥청이 “사스 때문이 아니라도 마늘은 몸에 좋다”며 마늘의 효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나섰다. 마늘은 산(蒜)이라고도 하며 어원은 만끼르(manggir)라는 몽골어에서 'gg'가 탈락된 마닐(manir)→마→마늘의 과정을 겪었다.

농진청이 발간한 농업생활정보지 ‘그린매거진’에 의하면 우선 마늘은 음식물 등을 섭취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이는 체내 독성물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

마늘은 또 혈관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면서 뇌혈전이나 심근경색·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을 막아주며, 간기능 회복과 함께 위암·폐암·유방암 등의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서는 '구운 마늘'이 정력에 좋다고 하여 중장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역시 김치와 마늘은 우리 식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을 것 같다./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