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Siracusa)의 왕 디오니시우스(Dionysius) 1세에게 다모클레스(Damocles)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눈만 뜨면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왕의 업적을 칭송하며 '용비어천가'를 읊어댔고 침을 삼켜가며 왕의 자리를 부러워했다.

그러는 그를 딱하게 여긴 왕이 어느 날 다모클레스에게 '1일 왕'을 제의했다. “그대가 하도 짐을 부러워하니 어디 하루만 왕이 돼 내 자리에 앉아 보게.” 그는 감읍(感泣)에 겨워 '1일 옥좌'에 올랐고 문무백관이 머리를 조아리는가 하면 산해진미가 코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어럽쇼, 문득 천장을 쳐다보니 말총(말 털) 한 가닥에 묶인 시퍼런 대검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권력과 영예, 행복의 절정에도 늘 위험이 따른다는 교훈의 유명한 얘기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도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오직 내려올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첨단, 즉 뾰족한 끝까지 올라갔는데 더 이상 올라가 앉을 '최첨단'이라는 자리는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왕과 황제로,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로 등극한다는 '등극(登極)'이란 말도 하늘 끄트머리, 꼭대기에 오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아찔한 꼭대기 끄트머리로부터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용이다. 그렇다고 중간에 맘대로, 함부로 내려올 수도 없다. 현기증을 앓고 후회를 한들 소용이 없는 일이다.

용의 한숨과 눈물, 용의 후회 정도로만 그친다면 그나마 또 다행이다. 클레오파트라나 네로와 항우, 히틀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Saul)만 해도 축재와 살인, 세 자녀의 죽음 등 세속인과 다름없는 고통과 번민 끝에 그만 자살하고 말지 않았던가. 말총 가닥이 끊겼던지 다모클레스의 칼이 정수리에 떨어졌던 것이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머리 위에 매달린 대검이야 있든 없든 '대∼한민국 호'의 함장이 그런 나약한 속내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그야말로 '성심(聖心)'을 굳건히 하고 심지를 곧추세워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