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때 인디언들은 이미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때부터 문명인들에게 알려졌고 전 세계에 여러 경로를 통해 퍼져 나갔다. 우리 나라에는 조선시대인 1608년께부터 이렇다할 기호품이 없었던 탓에 상하계급을 막론하고 급속하게 번졌다.
심심할 때 피운다고 심심초, 많이 피우면 골초, 다 피운 것은 꽁초 등 담배와 관련된 이름도 많다. 소설가 오상순은 골초로 이름나 호가 아예 '공초'다. 끽연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있다. '담배 피우다가 끊은 ×에게는 돈도 꿔주지 말라'. 독종이라는 뜻이다.
담배에는 40여가지의 발암물질과 4천여가지의 화학물질이 들어있어 평균수명을 15년이나 단축시킨다는 보고도 있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10초당 1명이 담배 때문에 죽고 있다고 한다. 이런데도 전 세계 흡연인구는 5명 중 1명 꼴인 11억여명에 이르며, 우리 나라의 15세 이상 남자의 흡연율은 중국·베트남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이처럼 세계적 기호식품인 담배도 이제 세월과 더불어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혐연권이 논의되더니만 금연구역도 속속 늘고 있다. 공공건물은 물론 각급학교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고 이제는 담배 피우는 사람과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애연가들은 또 흡연권을 보장해달라는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최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청소년 등의 흡연 확산을 막기 위해서 담뱃값을 3천원 정도로 크게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가 경제부처 장관들의 반대가 일자 노 대통령이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거치라고 지시했다. 담뱃값을 올려 새로 흡연하는 사람들을 줄이고, 피우고 있는 사람들도 담배를 끊게 한다는 발상이 일단은 유보된 셈이다.
휘발유값을 올려도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지 않았듯이, 값을 올려 금연을 유도하는 방법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흡연자들도 담배의 해악을 모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신건강과 육체건강 사이를 넘나드는 담배의 이해(利害)관계를 떠나 금연을 시도해보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을 듯싶다./이준구(논설위원)
담배와 금연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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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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