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신용카드는 '다이너스클럽 카드'다. 미국인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1949년 뉴욕의 한 레스토랑엘 갔다가 지갑을 두고와 낭패를 겪은 뒤 친구와 함께 신용카드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credit card)'는 본래 1888년 미국의 공상과학소설가 벨라미의 '뒤돌아보면(Looking Backward)'에서 처음 쓰여졌다. 미래 사회에서는 화폐없이도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신용카드 사회가 도래한다고 예견한 것이다. '플라스틱의 혁명'으로 불리는 신용카드의 개념은 이렇게 출발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67년 신세계백화점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사카드를 발급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1978년 외환은행이 비자 인터내셔널 정회원으로 가입해 국내 최초로 비자카드를 발급하면서부터 지금과 같은 범용카드가 선보인 이후 카드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전 국민의 생활필수품으로 대중화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1987년 신용카드업법까지 제정돼 숱한 카드사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신용불량자 양산과 미성년자 카드 발급, 도난·분실에 따른 불법사용, 각종 범죄유혹 등 폐해가 확산되고 있고 무분별한 카드발급은 곧 카드사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카드 빚 때문에 범죄를 일삼는가 하면 자살하는 사례도 속출하는 등 시민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늘어나고 금융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현금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사먹는 '요술방망이'의 폐해가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각종 신용카드는 70여종이며 누적 발행량은 1억245만장에 이른다. 물건 구매, 각종 요금 대납, 현금대출 서비스 등 기능도 날로 다양해져 올해 1/4분기의 신용카드 이용액만도 158조9천500억원에 달한다.

가히 신용카드 만능의 시대다. 편리한 '화폐 대용'이어야 할 신용카드가 '사람잡는 도구'가 되고만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카드사나 은행들도 이제 '은행은 비가 오지 않을때 우산을 빌려가라고 하다가 정작 비가 오면 우산을 돌려달라고 한다'는 영국 속담을 곰곰 되씹어야 할 때가 아닐까.
/李俊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