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애견인구는 500만명에 애완견은 200만마리 안팎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애견산업'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개 한 마리당 연평균 50만원 이상을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애완견의 수입도 크게 늘어 지난해에만 1만3천여마리가 수입돼 전년보다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가 해결되면 '애견(愛犬)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애견 전문가들은 말한다. 애완견의 몸값은 모 재벌 회장이 기르는 독일산 셰퍼드처럼 2억~3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세계 동물 애호가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우리지만 이쯤 되면 '개로 태어나 호의호식'을 누리는 세상이랄 만하다. 애견산업의 고급화 추세는 애완동물 장례(?) 전문업체까지 생겨나게 했고 애견전용카페에 정자은행도 생겨 성업중이란다.

남자 커트는 1만원 선이지만 애견은 체중에 따라 4만원까지 받고 있으며 그나마 예약해야 하고, 공과 뼈다귀 장난감 등이 마련된 놀이터까지 있을 정도다. 견공(犬公)들의 호사스러움이 극치를 이룬다.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애견침대에서 잠을 자고 고급 사료를 먹으며 1년내 사망시 구입비 전액을 보상해주는 애견보험까지 등장했다.

애견문화를 나무랄 의도는 없지만 이같은 호화판 개들을 보노라면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노숙자들이나 빈민층이 떠오른다. 개들에게도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랄까.

애견 식품업체 '네슬레 퓨리나 펫커어'의 아시아 대양주 아프리카 지역본부 어니스트 포프 사장은 “한국인들은 애견을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염색한 개를 볼 때나 고액의 애견상품이 팔리는 것을 보면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의 애견 전문가들은 우리 애견문화를 '독특하다'고 말한다. 한쪽에서는 개에게 수십만원짜리 옷을 입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여길 정도로 극단적이라는 것.

어쨌든 애견문화는 아직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요즘의 애완견들을 보노라면 '오뉴월 개팔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