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가까이 해야 하는 계절이 벌써 돌아왔다. 요즘 한낮의 기온이 30도에 육박하자 길거리를 돌아다니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벌써부터 에어컨을 가동해 사무실마다 냉방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냉방된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스트레스가 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두통 식욕부진 코막힘 현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이면에는 치러야할 대가도 있는 모양이다.

타임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세기 인간생활을 변화시킨 2가지 발명품은 에어컨과 냉장고라 한다. 냉장고는 인류의 식생활을, 그리고 에어컨은 생활환경을 변화시켰다. 에어컨은 우리 말로는 공기조화기라고 부른다.

에어컨을 발명한 사람은 미국인 캐리어다. 전 세계적으로 캐리어라는 명칭이 바로 에어컨으로 통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창기의 에어컨은 가정과 사무실을 위한 냉방장치가 아니었다. 1902년에 캐리어에 의해 최초로 설치된 에어컨은 효과적인 생산을 위한 인쇄공장의 도구였던 것이다.

당시 인쇄공장은 습도와 온도의 변화로 인해, 종이가 변질되고 색상이 바래졌기 때문에 인쇄업자에게는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캐리어는 이 공기습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공기를 냉각시켜 공기 중의 수증기를 응축, 습기를 제거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1921년에 이르러서 오늘날 프레온가스로 알려진 냉매를 채택하게 된다.

이런 에어컨이 1930년대에 호텔과 대형극장에 설치되고, 또 1943년 GM이 자동차에 카에어컨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어컨에 쓰였던 프레온가스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인정되어 지금은 새로운 물질인 '신냉매'로 바뀌어졌지만 아직도 에어컨은 에너지 낭비의 대표적인 표본이자, 환경론자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해 발산되는 열 때문에 도시의 평균 온도가 2도 정도 더 올라가기도 하고 냉방병을 유발한다. 실내·외의 온도차가 5도를 넘으면 냉방병이 발병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무더울 것이라는 올 여름 기상전망이 나오고 경제사정도 여의치 않음을 볼 때 실내온도를 조금이라도 높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냉방병을 예방함이 어떨까./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