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광고기획사가 마케팅 보고서를 통해 17~39세의 한국인을 P세대로 명명해 화제다. 열정(Passion)과 힘(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참여(Participation)를 통해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Paradigm-shifter)로 4P를 한데 모아 P세대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P세대를 386세대의 사회의식, X세대의 소비문화, N(네트워크)세대의 라이프스타일, W(월드컵)세대의 공동체 의식이 융합된 '종합판 세대'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웬 호들갑인가 싶다. P세대 규정 조건을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세대가 P세대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의문이 들어서다. 열정과 힘, 참여는 시대를 초월해 이 세대를 특정하는 가치이다. 4·19혁명과 6·10민주항쟁, 프랑스대혁명과 공산혁명에서 보듯 이들은 혁명의 세대이며 항거의 세대로서 역사의 진퇴와 시대의 명암을 갈랐던 모든 시대와 세기의 주역들이다. 이들 세대가 4P를 상실한다면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이자 죽음의 세기인 것이다.

'P세대'라는 갑작스러운 작명에 상업적 의심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39세라면 구매의욕이 가장 왕성한 연령층이다. 그동안 10대와 20대에 기사작위 수여하듯 X, N, W세대라는 감각적인 명칭을 부여할 때 마다 관련 마케팅이 성행해왔다.

N세대를 겨냥해 매월 14일을 괴상한 기념일로 정해 관련 상품 소비의 날로 지정한 데이마케팅이 대표적이다. P세대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지 않은 세대를 정치적, 사회적으로 근사하게 포장한 셈인데, 앞으로 관련 마케팅이 봇물을 이룰 것이니 P세대가 불황탈출을 선도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문제는 소위 P세대가 처한 현실이 고단한 점이다. 신용불량자 300만명의 절반이 20~30대이다. 카드빚으로 인생을 가압류 당하고 치솟는 집값·전셋값에 짓눌린 청춘들이 즐비한 세대를 향해 'P세대'라는 작명 자체가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괜히 P세대라고 우쭐대다가는 천대(?)받는 사오정, 오륙도 세대에 이르기도 전에 패가망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윤인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