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언행(言行)이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때에 따라서는 신문이나 방송들이 머리기사로 다루는 경우도 많다.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시절부터 많은 말들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후보경선시절 장인(丈人)의 전력(前歷)에 대해 공격을 받고는 '그러면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고 맞받아쳐 주부들과 지지층의 호응을 받으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미국을 모른다는 지적에도 그는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응수, 덕을 많이 보기도 했다. 노무현식의 독특한 화법(話法)과 행보(行步)는 경쟁자들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던 것이다.
대통령 후보시절인 지난해 5월에는 “남북문제는 말고, 다른 문제는 모두 '깽판'을 쳐도 좋다”고 했다. 9월 영남대 강연 자리에서는 “미국 안 갔다고 반미주의자냐, 또 반미주의자면 어떠냐”고 말했다가 취임 후 방미과정에서 “미국이 아니었더라면 정치범수용소에 있었을 것”이라는 등 친미언행으로 '굴욕외교', '변신'이라는 비판을 받는 빌미도 됐다.
평검사들과도 대화하는 등 토론을 좋아하고 논리적이며, 쉽게 풀어쓰는 화법이 특유하다는 주위의 평가지만 때로는 '툭 튀는 듯'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1일에는 급기야 5·18 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과 위기감이 든다”고까지 해 도하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집단적인 갈등과 등돌리는 지지세력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심정을 토로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쯤 되면 대통령으로서 '막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샀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말이 너무 많고 앞서가는 것들이 국정수행과정에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혹평한다. 정치적 스승이랄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말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무시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모든 국민이 '못해 먹겠다' 해도, 다독여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뉴스거리이며 온 국민의 관심의 초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권위를 세우지 않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천금(千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이준구(논설위원)
대통령의 '말'
입력 2003-06-12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6-12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