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직자가 선뜻 허가를 내주지 않을 때 민원인에게 하는 말이 '옌주옌주(硏究硏究)'라고 한다. '연구 좀 해 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그 때 민원인은 공직자의 눈꼬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발음을 길게 뽑아 '옌주우 옌주우' 하면 엉뚱한 뜻이 되기 때문이다. 즉 '술과 담배 값(뇌물)'의 '煙酒'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뇌물을 '주호우멘(走後門)'이라고도 한다. '뒷구멍 거래'라는 뜻이다.
동서고금에 뇌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야 세상을 굴려 가는 것은 뇌물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속 바퀴'라는 고전(古典)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전가통신(錢可通神)', 즉 '돈이면 귀신과도 통한다'는 믿음의 돈 중독 환자가 세상에 가득하기 때문이고 '돈이 신보다도 낫다(Better gold than God)'는 영국 속담의 돈 신(神), 즉 매먼(Mammon)교 신자가 득실거리기 때문일 게다. 또 영어의 grease(윤활유)나 palm oil(야자 기름)이 뇌물(bribe)의 속어로 통하는 것도 암시성이 강하지 않은가. 정의 표시, 정표가 없이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데 뇌물은 엄청난 이득, 이권과 함께 상상도 못할 화(禍)도 부른다. 90년대 초 일본열도가 떠들썩했던 '사카와규빈(佐川急便) 뇌물 파동'의 주인공 가네마루(金丸信)가 받았다는 뇌물은 5억엔(약 50억원)이었고 그 때문에 자민당 부총재와 다케시타(竹下)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름부터가 공교롭게도 '금덩어리(金丸)'를 '믿는(信)' 사람이었으니…. 권좌에서 물러나는 정도는 또 약과다.
94년 4월 11일 중국 최대 재벌(長城公司) 총재 셴타이푸(沈太福)는 뇌물 수수 죄로 처형까지 당했다. 바로 지난 달 9일 리지아팅(李嘉廷) 전 운난솅(雲南省) 성장(省長)도 사형 선고를 받았다. 뇌물 1천810만위안(약 27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150억원을 받았다는 DJ 정권의 2인자 박지원씨가 중국인이라면 어떨까. 이 땅의 정권이 재벌로부터 받은 200억∼300억원쯤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받은 150억원은 사상 최다가 아닌가. 그의 차후가 몹시 궁금하다./오동환(논설위원)
뇌물 150억
입력 2003-06-20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6-20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