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에 입학하던 1970년대만 해도 공과대학은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박정희 정권 시절 기술입국과 이공계 우대정책 등으로 인해 공과대학들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었다.
실업계고교 출신자들도 대학진학시 정원의 30% 범위에서 특례입학을 인정해 농·공·상고 출신들이 대거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서울대에서 공대의 등록률이 81.7%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대학원이 미달되는 등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은 심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이 홀대받고 실업계고교도 고사(枯死)위기에 처한지 오래다.
청소년들이 벌써 힘들고 어려운 과학기술이나 기초학문을 기피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고소득이 보장되는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얘기여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는데는 과학기술과 공업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과학기술자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변변한 천연자원도 없고 관광문화자원도 빈약한 우리 나라가 살 길을 과학기술발전에 두고 1960∼1970년대 과학입국을 내세우며 국가정책을 펼친 결과 1980∼199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을 잊은 것은 아닐까.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 나라 수출의 주종인 반도체·정보통신·자동차·해외건설플랜트 등 분야의 성장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청소년들이 이공계 진출을 기피하는 것은 과학기술자가 더 이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이나 부(富)를 얻을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공계 출신들은 민간기업에 입사해도 관리직에 비해 승진이나 연봉수준이 떨어진다. 공직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기술고시 출신들은 행정고시 출신에 비해 승진은 물론 보직에서 불리하다. 행정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고위직인 1급까지 오르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시흥의 산업기술대를 방문, “앞으로 이공계 출신이 대우받는 사회가 온다”며 기술인들을 격려했다.
장인정신(匠人精神)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준구<논설위원>논설위원>
이공계 홀대
입력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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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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