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이 통(桶) 속의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고 묻자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한데 그에게 알렉산더가 한 말 또한 유명하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였을 것이다.”

그 디오게네스를 시조로 모셔야 할 일조권(日照權) 싸움은 오늘날 너무나 잦다. 북한에 대한 '햇볕(陽光)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 그런 시비가 아니라 “내게도, 우리 집에도 햇빛(日光)을 달라”는 주장과 싸움이다. 고층 아파트만 치솟았다 하면 일조권 시비가 붙는 도시는 물론 농촌도 다르지 않다. 대형 그린하우스(비닐하우스)가 10m 높이까지 설치되는 바람에 뒷농작물에 일조량이 줄고 통풍이 안돼 수확량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98년 2월 법원의 명확한 판결도 내려졌다.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 4시간 이상 일조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조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일광반사경(heliostat)이나 집광경(集光鏡) 등 일조권에 따른 이른바 '태양산업(solar business)'도 일어선 지 오래다. 90년 1월18일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옥상에 설치한 센서가 받은 광선을 응달진 벽면에 장치한 거울에 반사시켜 실내로 보내는 '채광 아파트(신주쿠(新宿)역 부근)'에 대해 보도했고 광섬유와 집광 로봇을 이용한 실내 일광욕 시설도 소개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스며드는 쥐구멍 햇빛도 햇빛 나름이고 지하 벙커나 고문실에 끌어들이는 일광도 일광 나름이다. 너무 강하면 시신경이 상하고 정신까지 다치기 때문이다.

88년 6월엔 서울 롯데월드의 대형 유리 돔에 반사되는 햇빛이 너무 강해 눈이 부시고 안질까지 생긴다는 이웃의 시비로 난투극까지 벌어지더니 이번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배출한 1천200년 고찰인 봉은사 승려들이 주변의 46층짜리 아파트에서 반사되는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기도를 할 수 없다”는 시비가 뜨겁다. 일조권 쟁취 싸움이 아니라 '지나친 일조권' 거부 싸움인 것이다. 이래저래 시비 거리도 많은 세상이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