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개업 인사장 등을 보면 '강호(江湖) 제현(諸賢)의 지도 편달을 바란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편달'이 무엇인가. '편(鞭)'은 가죽채찍이고 '달(撻)'은 '매질할 달'자다. '편달을 바란다'고 했대서 진짜 가죽채찍을 휘둘렀다가는 당장 폭행죄 감이다. 편달을 '편책(鞭策)' '편초(鞭●)' '편태(鞭笞)' '편축'이라고도 한다.
'편축'의 '축'은 '木+丑'의 글자다. 그런데 가죽채찍으로 맞는 아픔은 나무 회초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래서 관리를 매질하는 것은 편달 또는 '편격(鞭擊)'이라 했고 생도 훈도용 채찍질은 '복달'이라고 해서 구별했다. '복'은 '종아리 채 복'자다. 그렇다면 '교편을 잡는다'가 아닌 '교복을 잡는다'가 적확(的確)한 말이다.
종아리 채 회초리의 초(楚)는 가시나무다. 회초리는 반드시 가시나무라야 했다. 그 회초리 매질을 '초달(楚撻)' 또는 '달초(撻楚)'라 했으니까 '교편을 잡는다'가 아니라 '교초(敎楚)를 잡는다'가 바른 표현이다. 아무튼 '사랑의 회초리'냐 감정과 분노의 매질이냐의 시비는 세계 어디고 그칠 날이 없다.
92년 8월5일자 베이징(北京) 만보(晩報)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쇠똥을 강제로 먹인 야만적인 초등학교 교사에게 후베이(湖北省)성 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는 기사를 실었고 그 해 7월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 기쿠(企球)중학교의 한 교사는 성적 불량 학생에게 전기 찜질을 해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30점 이하는 70V, 50점 이하는 50V의 전기 고문을 가했다는 게 아닌가.
미국, 영국도 체벌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체벌 금지 선진국이라면 핀란드(1783년)를 비롯한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정도다. 말씀 그대로 사랑의 회초리야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나 초등학생을 메다꽂아 뇌출혈을 일으키게 한다든지 전치 몇 주에다 정신과 입원까지 하게 하는 매질은 안된다. 그건 '체벌'뿐 아니라 '심벌(心罰)'에다 평생 가시지 않는 정신적인 위해가 되기 때문이다. 전치 3주의 구타로 엊그제 구속됐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그 점을 망각했던 것 같다./오동환(논설위원)
사랑의 회초리
입력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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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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