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후퇴의 원인인 중공군의 6·25 참전이나 김일성이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때마다 목뒤의 혹이 터질 듯이 격렬하게 끌어안고 양 뺨을 비벼대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북한과 중공→중국은 혈맹국이다. 그런 중국인의 57%가 한국전쟁이 다시 터지면 북한을 돕겠다고 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사회조사소(SSIC)가 전국 여러 개 성(省)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지난 달 16일 발표한 결과가 그렇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폭(北爆)을 할 경우 남한이 개입하면 즉각 중국이 북한을 돕는 확전 양태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염려를 반감(半減) 내지 3분의 1로 덜어주는 견해도 있다. 지난 달 5일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열린 북한 문제 세미나에서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특히 데이비드 램프턴 존스홉킨스대 중국학과장이 만난 중국 인사들에 따르면 북한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램프턴 교수는 바로 그 전날인 4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북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그나마 차악(次惡)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만큼 김정일 위원장에게 매우 화가 나 있다(apoplectic)”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권 형태(regime behavior)라도 바뀌길 바라는 미국보다 한 술 더 뜨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화가 난 이유는 물론 북핵이 주변국의 핵무기 확산을 유발하고 흑묘(黑猫)든 백묘(白猫)든 쥐를 잘 잡아야 하는 중국의 경제적 이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방중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바로 그런 중국 카드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3일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의 김 위원장 얼굴에 찍힌 'Hell-bent(막무가내)' 그대로인 북한에 유일하게 말이 먹혀들 나라는 대형국(大兄國) 중국밖에 없지 않은가. 북한은 이제 핵을 버린 채 덩(鄧)의 쌍무도(雙舞刀) 춤을 모방, 개혁에 나서야 하고 중국이 그랬듯이 모든 개혁은 입 구(口)자로부터, 즉 먹는 개혁(농업 개혁)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