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보관의 총아로 사랑받는 냉장고의 역사는 19세기 초부터 시작된다. 영국 런던에 살던 68세의 제이콥 퍼킨스라는 과학자가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를 만들어 1834년 특허를 받으면서다. 그래서 이 시기를 흔히들 얼음을 이용해 식품을 자연보관하던 시대에서 인공냉장보관시대로 전환된 분기점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퍼킨스는 압축시킨 에테르가 냉각효과를 내면서 증발하였다가 응축되는 원리를 이용하였는데 19세기 말에는 배에 이같은 냉동압축기를 설치, 쇠고기를 냉동시켜 세계 전역에 운반하기도 했다.

사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음식을 얼리거나 시원하게 보관하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이 얼음이다. 문헌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 얼음을 지하실에 보관하여 음식을 상하지 않도록 저장했고 우리 나라는 신라시대엔 석빙고, 조선시대엔 동빙고와 서빙고라는 관청이 겨울철 얼음을 채취, 여름까지 보존과 출납을 맡아 왕실과 고관대작들의 음식에 쓰도록 했다. 나라에서 관리하던 초대형 자연산 냉장고라고나 할까. 정2품 이상 관리들에게는 반빙(頒氷)제도를 통해 이 초대형 냉장고에서 얼음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17세기경 이탈리아에서는 소금물의 증발이 물체의 열을 빼앗아 간다는 사실에 착안 소금물이 저장된 용기를 냉장보관기기로 활용했다. 액체가 기화할 때 기화열을 이용하는 지금의 전기냉장고 원리와 비슷했지만 원시적인 형태여서 보편화되지 못했다. 냉장·냉동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식중독 암 등 질병의 발생률을 대폭 낮췄다. 또 소금에 절이지 않은 생선과 변질되지 않은 식품섭취로 현대인이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냉장·냉동법도 100% 완벽하게 식품을 보관치는 못하고 있다. 최근 수입·국내산 소 돼지 닭고기 등에서 살모넬라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균 등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성미생물이 발견되고 6월 한 달 동안 경기와 서울 등 전국에서 34명의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냉동을 이용한 식품 보관법 이외에 탄산가스를 이용한 가스충전 포장, 방사선을 식품에 조사해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방사선식품공학 등이 연구되고 있는가 보다./정준성(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