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28일 아프리카 가나 정부의 각의(閣議)가 막 시작되기 직전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부패했다'고 말한 바 있는 코우 아르카 부통령을 제리 롤링스 대통령이 마구 구타한 것이다.
그는 회의장에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으로 부통령의 어깨를 내리쳐 바닥에 나동그라지게 한 뒤 멱살을 잡아 끌어내려다가 상의를 찢고 사타구니에 몇 차례나 발길질을 해댔다는 것이다.
그것도 44세의 대통령이 68세의 부통령을…. 1999년 4월11일 아프리카 니제르에선 또 49세의 다오우다 완케 대통령 경호대장(소령)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한데 그는 놀랍게도 바로 이틀 전 기관총 세례로 암살된 이브라힘 마이나사라 대통령 시해 사건 연루범이었다.
그가 연상케 하는 사람은 또 1980년 4월12일 쿠데타로 라이베리아 대권을 거머쥔 27세의 육군상사 대통령 도(Doe)라는 사람이다. 그는 톨베르트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와 추종 세력을 '대역죄' 등으로 무차별 학살했고 라이베리아 권부의 뜨락과 뒤꼍을 온통 피바다로 만들었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그가 서울에 왔을 때 어느 명문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미친 개' '아랍의 술탄' 등 별명부터 포악한 리비아의 27세 카다피가 1969년 무혈 쿠데타로 권좌에 오를 때의 계급은 5·16 때 JP와 같은 육군 중령이었다.
범죄형 대통령도 흔하다. 작년 11월7일 중미 니카라과 검찰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보라뇨스 대통령을 공금(410만달러) 횡령죄와 선거법 위반죄로 기소했고 마약 거래와 뇌물수수로 1990년 사법 처리된 사람은 노리에가 파나마 대통령이었다. 심지어 살인범 대통령도 다 있다.
1991년과 1995년에 각각 걸려든 에르샤드 방글라데시 대통령과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이다. 부인과 싸우고 가출, 친구 집을 전전하며 식객 노릇을 한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발언에 청와대가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야 노 대통령이 어딘가 좀 불안하고 미덥지 못하다는 뜻일 터이지 설마 그런 저질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오동환(논설위원)
대통령 불인정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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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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