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금통은 모두 돼지 모양인가. 그야 돼지가 부(富)의 상징이고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좋은데다 돼지라는 한자(豚)의 발음도 '돈($·錢)'이기 때문이리라. '집 가(家)'자도 '지붕 밑의 돼지'를 뜻한다. 또 자기 집 아이의 겸칭(謙稱)도 '집돼지(家豚)' '돼지새끼(豚兒)'다. 일본인도 자기 집 아이를 '돈지(豚兒)'라 부른다. 그러나 중국은 멧돼지(野猪)만이 숲의 부(富)를 상징할 뿐 집에 들어오는 돼지는 오히려 가난의 원인이 되고 개가 들어와야 부자가 된다(猪來窮狗來富)고 믿는다. 자고 먹기만 하는 돼지에 반해 개는 도둑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서양 쪽의 돼지도 빈곤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 돼지가 돈을 모으는 돼지저금통(piggybank), 즉 저축 단지(deposit pot)의 상징이 된 데에는 두 가지 연유 설이 있다. 중세 서양에서는 돈을 진흙 단지에 모아두곤 했는데 그 진흙(pygg)이라는 단어의 발음과 돼지(piggy)의 발음이 같은 데서 연유했다는 게 영국의 설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설이다.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채프먼 부부의 아들 윌버가 자신에게 용돈을 준 타넬씨에게 편지를 썼다. “저희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가 많아요. 저는 아저씨가 주신 3달러로 새끼돼지를 사서 키워 한센병 환자를 도우렵니다.” 소년이 열심히 새끼돼지 '페트'를 키우자 마을 꼬마들도 따라 했고 이듬해 돼지를 팔아 한센병 환자를 도왔다. 그런 사실이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돼지저금통을 사 돈을 모으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러난 돼지저금통에 고액권 지폐를 넣기는 드물고 동전만 넣다 보면 시일도 걸리고 채워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런 돼지저금통으로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노사모'가 50억이니 80억을 모았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고 그 돈만으로 알뜰하게 선거를 치렀다는 설도 곧이 들리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200억원을 별도로 거뒀다는 것이다. 하긴 노태우의 비자금 5천억 설이나 14대 대선 비용 1조4천억 설에 비하면야 새발의 피였는지 모르지만 요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