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부라후마닷타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카시국의 어느 벽촌에 많은 목수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한 늙은 목수가 나무를 베고 있었는데 모기 한마리가 목수 뒷목에 앉아 침을 찔렀다. 목수는 그곁에 있던 아들을 불렀다. “얘야 모기가 무는구나 모기를 쫓아다오.” “아버님 기다리십시오. 모기를 잡겠습니다.” 아들은 모기를 잡겠다고 큰도끼를 들고 와서 아버지의 뒤통수를 힘껏 내리쳤다. 목수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마침 그 집에 앉아 있던 보살이 이것을 보고 말했다. “비록 적(敵)이라도 현명한 것이 낫다. 그는 형벌이 두려워서 사람을 죽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지(同志)도 지혜가 없으면 적(敵)보다 못하다.” 원시불교 이전부터 내려온 인도(印度)의 민간이야기를 집대성한 설화집 '자타카(Jataka)'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고사성어에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말이 있다.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이다. 둘 다 현명함과 어리석음음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지만 인간을 괴롭게 하는 모기의 공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모기는 한자로 문(蚊)이다. 해충이지만 “애-앵”하는 소리로 선전포고를 하고 달려드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하여 곤충 충자에 글월 문(文)자를 얹어주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2천500여종, 우리 나라엔 약 55종이 서식하고 있고 사람이 내뿜는 극미량의 탄산가스를 20m 전방에서 탐지, 1초에 300~500회의 빠른 날갯짓으로 접근, 한치의 오차도 없이 피부 아래 말초혈관을 찾아내 깔대기모양의 입을 박고 피를 빤다. 약 2억년 전 태어나 인간과의 동거기간만도 250만년이나 된다는 모기의 공격. 그동안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 모바일 콘텐츠 제작업체가 세계 최초로 모기를 쫓아주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무는 암모기는 숫모기의 접근을 피하는 습성에 착안, 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숫모기 날개소리인 12~15K㎐ 대역의 음향을 제공, 암모기의 접근을 1m 이내로 차단하는 게 주요 서비스 내용이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모기와의 전쟁에 사용될 무기(?)개발이 어디까지 갈지 자못 궁금하다./정준성(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