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란 용어의 기원은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에서는 큰 길을 따라 상인, 정부관리,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여관이 널리 번창했다. 중세에는 수도원이 여행자들에게 여관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인도 중국 중동 우리나라 등에서도 여관이 존재했다. 곳곳에 존재하던 객사(客舍)도 일종의 조선시대 관료를 위한 호텔인 셈이다.

서양에서 여관이 발달한 것은 18세기 역마차 여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부터다. 그후 철도시대가 도래하자 근대적인 호텔이 철도역 부근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후 노보텔 등 많은 호텔들이 주요 공항 부근에 자리잡았다. 호텔의 천국으로는 일본을 꼽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규제가 많지 않아 노인과 교복입은 여학생이 들어가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원조교제가 말썽이 됐는지는 몰라도. 또 카섹스의 느낌을 갖도록 자동차를 방 안에 둔 곳도 있는가 하면 옆 방의 섹스장면도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의 섹스장면도 다른 방에 제공된다. 이런 호텔들을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고 도쿄의 경우 시부야와 신주쿠가 특히 유명하다.

그런데 몇년전 부터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러브 호텔'이라 불리는 숙박업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파크, ××모텔, ××장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호텔보다 격이 낮은 곳이다. 한동안 교외(郊外)와 유원지를 중심으로 번성하더니 이제 주택단지고 학교 근처고 간에 마구 파고든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속칭 러브호텔이 1만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수원만 해도 팔달구 인계동과 권선구 매산로 주변에 숙박시설이 집중돼 대표적인 러브호텔 지역으로 꼽히며 구운동 등 외곽지역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시흥시 월곶을 지나노라면 러브호텔들이 중세의 성(城)을 연상시키는 휘황찬란하고도 멋진 모습이어서 아이들이 백설공주가 살고 있는 궁전쯤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수십년 전부터 번성한 일본의 러브호텔들은 범죄를 줄이는 데 한 몫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낮부터 부적절한 관계의 불륜부터 연상케 하는 우리나라의 러브호텔은 언제쯤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대명사에서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