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과 총리도 고소를 당한다. 프랑스의 시라크가 호화 아파트를 싼값에 임대 받았다는 특혜 의혹으로 한 변호사에 의해 고소를 당한 것은 정권 출범 6개월 째인 1995년 10월이었다. 그는 파리 초대 민선 시장에 당선된 77년부터 센 강변의 60평 아파트에 살아왔는데 파리시 건물관리사에게 압력을 넣어 특전을 누렸다는 죄였다. 시라크는 작년 12월에도 파리시에 의해 고발을 당했다. 8년간의 시장 재직 때 사저(私邸)의 식사 재료비와 담뱃값 등으로 공금 220만유로(약 22억6천만원)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검찰은 또 작년 1월17일 조스팽총리가 415만프랑(약 7억원) 짜리 대서양 연안 별장을 197만 프랑에 구입한 자금 출처를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중미 니카라과 검찰도 작년 11월7일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보라뇨스대통령과 리소부통령을 공금(410만달러) 횡령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에 비하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쌍둥이 딸 제나(Jenna)가 작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미성년 음주 혐의로 텍사스주 오스틴시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8시간과 600달러 벌금 명령을 받은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고 영국의 앤 공주가 자신의 애완견이 2명의 어린이를 공격한 혐의로 작년 11월 고위 왕족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출두, 500파운드(약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도 별 일이 아니다.

진부한 소리지만 법이란 만인에게 평등해야 진부한 법, 썩어빠진 법이 아니다. 역시 다들 아는 진부한 예거(例擧)지만 법의 여신상이 한 손엔 칼을, 한 손엔 저울을 들고 있는 것도 법의 무서운 강제력과 상대적인 억울함이 없는 형평성을 상징함이 아닌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도 구속했던 우리 검찰이 집권 여당의 대표라고 해서 비리 혐의가 농후한데도 법망 바깥에 고이 모셔 둔다면야 검찰도 아니다. “수사는 검찰이 아닌 법이 한다”는 이번 검찰의 변(辯) 바로 그 거다. 순자(荀子)의 말씀처럼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스리는 법이 없는(有治人無治法)' 법은 법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법으로 법을 다스리는 검찰이야말로 검찰의 본태(本態)요 그런 법이야말로 검찰의 본령(本領)이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