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개봉된 미국 영화 '보디가드'는 슈퍼스타 가수 휴스턴과 경호원의 사랑 얘기지만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경호원과 심상치 않은 사이였다. 영국의 앤 공주도 경호원 그로스와, 세자빈 다이애나도 경호원 마나키와 염문설이 파다했고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레노어도 경호원과 그런 사이였다. 미국 신문 재벌 허스트의 딸 패티나 포드대통령의 딸 수잔은 아예 경호원과 결혼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도 예외가 아니다. 모나코의 스테파니 공주는 성급한 나머지 동거(91년)부터 해 아들을 낳았다. '방심하지 마라, 시선을 떼지 마라, 절대로 사랑하지 마라'는 엄격한 경호원 수칙이 무색할 정도다. 여자 경호원도 그럴 것이다.
96년 5월 이집트를 방문한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밀착 경호원은 기관단총을 멘 여자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의 여자 경호원처럼 티를 내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 경호원을 'SS(secret services)'라고 하듯이 경호란 '비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표가 나지 않는 여자 경호원이 더욱 인기다. 일본은 90년대 초부터 여자 경호원이 세가 났고 몇 해 후엔 중국에서도 줄을 섰다. 특히 신흥 재벌들이 앞다투어 고용하는데다가 초봉 200달러가 교수 월급의 두배는 되기 때문이다.
한데 대통령 경호도 지나치면 볼썽사납고 외교적 무례도 저지르기 일쑤다. 국빈 방문도 방문국 경호 팀에 맡기는 게 외교, 의전의 관례인데도 86년 11월 인도를 방문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 경호원은 무려 400명이나 수행, 안하무인의 행동을 보였고 그 해 봄 슐츠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 왔을 땐 8군의 개 셰퍼드를 외무부 복도까지 끌어들여 빈축을 샀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도 총기를 들고 들어가려는 등 부끄러운 화젯거리를 샀다. 하지만 더욱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건 비밀 서비스 SS가 아니라 '열린 경호' '오픈 서비스(OS)'라 하여 이번 청와대처럼 대통령 경호 기법을 시시콜콜 낱낱이 알려주는 경우다. 야구 관중석의 대통령에게 달라붙어 야구 공 사인이나 받아내는 재벌 총수 한 사람 제지도 못하면서…./오동환(논설위원)
경호원
입력 200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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