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리온(Orion)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를 사랑한 대가로 그녀의 화살에 맞아 죽음을 당한 사냥꾼이다. 사냥의 역사는 신화에 나올만큼 유구(悠久)하다. 그리고 먹고살기위한 절대적인 수단으로 인간과 함께 했다. 하지만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런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유렵(遊獵) 약렵(藥獵)으로 바뀌거나 왕족과 귀족, 특정인들의 오락수단으로 전화(轉化)됐다. 최근엔 심신단련을 위한 스포츠로 변했다.
스포츠수렵으로 유명한 것이 영국의 여우사냥(fox hunting)이다. 국기로도 삼고있는 이 사냥은 17세기 찰스2세(재위 1660~1685)시대에 확립된 것으로 말을탄 귀족남녀가 수십마리의 여우사냥개를 풀어 여우를 쫓게하고 구멍에 숨은 여우를 잡아 죽이는 것이다. 여우의 죽음을 맨먼저 확인한 여성에게 그 꼬리를 상으로 주는 관습도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됐던 귀족들의 사냥놀이는 매사냥이 아닌가 싶다.
신석기시대, 고대와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유럽으로 전해진 매사냥은 중세에는 유럽전체가 풍미했고 중세말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에는 귀족가문의 기예가 되어 오락과 세력과시의 유기(游技)가 되기도 했다. 한(漢) 당(唐)시대에 크게 성행한 중국의 경우 몽골족인 원나라는 국기로, 요(遼)나라의 천조제(天祚帝)는 매사냥에 빠져 나라를 망쳤다는 기록도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고조선시대 만주 숙신족(肅愼族)으로 부터 습득한 매사냥이 삼국시대에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 충렬왕때는 매사냥을 담당하는 응방(鷹坊), 내응방(內鷹坊)이라는 관청까지 둘정도였다고 한다.
17세기 입총이 나오면서 사냥의 역사가 바뀌었다. 그러나 사냥은 여전히 잔혹함으로 인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매력있는 놀이인가 보다. 사람을 대상으로 사냥놀이를 즐기는 소재의 영화가 봇물을 이루는게 작금(昨今)이니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네바다사막에 알몸여성을 풀어놓고 남성들이 물감총으로 이들을 사냥하는 이벤트상품이 등장했다는 외신보도를 보며 다시한번 인간의 잔혹한 본능을 떠올리게 된다. 못된이가 발빠른 상혼을 발휘, 국내에 들여오지 않을까 걱정이다./정준성(논설위원)
여자사냥
입력 200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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