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은 부부금실이 대단해 사이가 좋은 부부를 일컬어 '한 쌍의 원앙'이라고 한다. 휘파람새도 수컷이 암컷을 보호하고 죽을 때까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금실좋은 새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두 종류의 새 모두 실제로는 바람기가 많다는 게 동물학자들의 분석이다. 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아비가 다르다는 것이다. 암수 모두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바람을 피운다는 얘기다.
 
사실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물은 난혼(亂婚)인데 이 경우 우성인자를 많이 받아 우수한 후손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 언제나 외도가 존재했던 까닭도 이러한 유전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옛 말에 바다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결혼생활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혼건수는 지난 70년대 1만여건에서 2000년대 들어 12만건으로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 중 배우자의 불륜이 이혼사유의 으뜸을 차지하고 있으니 혼외정사가 그 만큼 급증했다는 얘기다.
 
또 한 여론조사기관은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의 15%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혔다. '외간 남자에게 성욕을 느낀 적이 있다'거나 '혼외정사도 가능하다'고 응답한 여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혼자들이 사회적 일탈이나 다름없는 '외도'에 대해서 상당히 대담해졌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종영된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젊은이들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미혼남녀의 동거라는 독특한 주제를 담았기 때문이다. 혼전동거를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한 사람들도 혼외정사를 즐기는 마당에 미혼인 남녀들이 결혼 전에 한 번 살아본다는 것도 괜찮다는 논리다. 옥탑방 신드롬이랄까?

우리 사회에서 아주 은밀히 진행되던 혼전동거가 아예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덕과 윤리를 최고 덕목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조차 이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산다는 것이 먼 나라 얘기가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李俊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