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첫 새끼가 둘째 새끼를 물어 죽이는 증후를 '카인 증후군'이라 한다. 카인(Cain·가인)이라면 아담의 맏아들로 둘째 아들인 동생 아벨을 죽였다는 그 카인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은 형이 아우를 죽인 것이다. 일본의 제50대 간무(桓武)천황도 동생 하라야(早良)를 죽였다.

그런데 훗날 본인이 죽을 땐 아우의 원령(怨靈)에 몹시 시달렸다고 한다. 조선 태종 이방원(李芳遠)도 그가 죽인 이복동생들의 원혼에 시달렸는지도 모른다. 아니, 중국의 하(夏), 은(殷), 주(周)를 비롯한 동양의 모든 왕조와 메로빙, 카롤링 왕조를 비롯한 모든 서양 왕조의 뼈(骨)와 살(肉)끼리의 싸움(相殘), 형제간 살인의 예를 어찌 다 열거할 수 있으랴.

연개소문의 이복 형제들 싸움으로 고구려가 망했듯이 골육상잔으로 나라도 망한다. '인류사(史)=카인 증후군'의 역사다. 하기야 인류가 아담의 후손이라면 카인도 그랬듯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일란성 쌍둥이끼리도 죽인다.

한 여자를 싸고 쌍둥이끼리 벌이는 1990년대 초 뉴질랜드의 공포영화 '저주의 섬'만 해도 그렇다. 그렇다면 페르난도 콜로르 브라질대통령이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동생 페드로 콜로르가 형의 '부정축재와 마약 복용'을 폭로하자 형도 질세라 '동생은 정신병자'라고 일축한 것쯤은 약과다. 그 동생은 형이 퇴임한 93년 형의 스캔들을 모아 책까지 냈다.

굶거나 말거나 나 몰라라 하는 형제는 또 얼마나 많은가. 가난한 베토벤이 떳떳치 못한 방법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형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가난한 음악가를 비웃 듯 '크리스토프 반 베토벤, 지주(地主)'라고 사인한 거절 편지만을 보냈다. 그러자 베토벤은 '루드비히 반 베토벤, 뇌주(腦主)'라고 사인한 답장을 썼다.

형의 자랑인 '지주'의 대칭어로 '뇌주'를 택했던 것이다.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정 싸움의 재벌 형제들도 보기 딱하고 흉하다. 현대의 정몽헌 회장이 주도하던 대북 사업에 현대차도 중공업도 외면, '마이 웨이'만을 가겠다는 설에 화제가 분분하다. 예나 이제나 '카인 증후군'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