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종교단체인 라엘리언 무브먼트(Raelian Movement)의 지도자 라엘은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다. 클로드 보리옹이 본명인 프랑스인으로 원래는 스포츠 전문기자였다는데 1973년 1m20 가량의 외계인을 만나면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검은머리, 아몬드 형태의 눈, 연한녹색 피부를 가진 이 외계 방문자는 라엘에게 인류탄생의 놀라운 비밀을 전해준다.
자신들이 지구상의 생명체를 만들었으며 이제 인간들이 충분히 성숙한 만큼 대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그래서 라엘리언들은 인간을 과학문명이 발달한 외계 과학자들이 DNA를 이용해 창조한 발명품이라는 새로운 인류기원설을 내세우며, 이제 인류의 창조자들이 '대사급 수교'를 원하고 있으니 세계 도처에 대사관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엘리언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게된 건 이 단체의 비밀조직으로 알려진 인간복제 전문회사 '클로네이드'가 지난해 12월 사상 최초의 인간복제 아기인 '이브'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하면서 부터다. 인류를 '조작된 생명'으로 믿는 라엘리언들로서는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복제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명일 수 있겠지만, 세계 각국과 종교단체들은 인간복제 시도를 인류의 재앙으로 규정하고 야단법석을 부렸다.
특히 1996년 태어난 복제양 돌리가 조로(早老) 증세를 보이던 끝에 올해 2월 사망하자 세계 각 나라는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간복제 실험을 원천봉쇄한 상태다.
세계적 소동의 장본인 라엘이 지난 2일 입국하려다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강제 출국당한 뒤 6만 라엘리언들과 함께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지겹도록 비난하는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되레 반문화적이라고 비판하며 한국 체류중에 보신탕 시식 일정을 잡았던 라엘로서는 한국 정부의 조치에 화를 낼만도 하다. 그러나 인간복제에 관심이 지대한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한국정부의 결정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엘이 한국상품 불매운동 보다는 그들의 대사관을 통해 그분들(?)께 한국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잘 전달해주길 바란다./윤인수(논설위원)
라엘의 반한 운동
입력 200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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