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電氣)의 '電'은 '번개 전'자다. '電氣'란 '번개 기운' '번개의 힘'이고 전자제품이라고 할 때의 '전자(電子)'는 '번개의 아들'이란 뜻이다. 즉 전기는 모체, 전자제품은 전기의 아들이다. 오늘날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 중 단연 으뜸이라면 바로 번개의 힘(電氣)이고 번개의 아들인 전자제품일 것이다.

어둠을 밝혀 주는 광명 그 자체인데다가 냉·난방 에너지는 물론 컴퓨터를 비롯한 온갖 문명의 이기를 작동케 하는 게 전기가 아닌가. 전쟁조차 오늘날엔 온통 전자 무기에 의한 전자전이다. 적을 무력화하려면 e폭탄(전자폭탄)으로 적의 전자 무기부터 못쓰게 만드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인공위성이 찍은 한반도의 야간 사진을 보면 반도의 반쪽인 남측은 광명천지 불야성인데 반해 북쪽은 온통 암흑천지다. 아직도 번개의 힘인 전기가 영 맥을 못 추고 있는 저 암흑의 땅을 1879년 전구(電球)를 발명한 에디슨이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본다면 얼마나 한심해할 것인가. 아니, 인류 최초로 전기를 발견한 사람은 기원 전 600년경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라고 한다.

그는 호박(琥珀)을 마찰하면 전기를 띠어 가벼운 물체가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전기라는 '일렉트리서티(electricity)'가 그리스어로 호박을 뜻하는 '엘렉트론(electron)'에서 온 것도 그런 연유다. 그러니까 그의 전기 발견에서 19세기의 수력발전까지는 2천몇백년이나 걸린 것이다.

가장 고마우면서도 무서운 게 전기다. 세계 최고의 첨단 도시라는 뉴욕이 단 0.1초 사이에 암흑천지로 마비가 돼버린 이번 정전사태만 해도 그렇다. 온갖 첨단장비에도 속수무책, 오직 촛불과 라디오에 의존해야만 하는 뉴요커들 하며 손전등을 비춰 신문을 편집하는 기자들을 비롯해 역과 호텔 주차장, 도로에 누운 수십만 노숙자라니! '동시 최다 노숙자' 신기록인 셈이다. 탈레스와 에디슨의 유령이 그들의 자만과 방심 쪽을 향해 높직이 옐로카드를 들어 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정전 패닉(恐惶)이 아닐 수 없다. 금년엔 냉하(冷夏)로 문제가 없이 넘어갔지만 일본 수도권의 전력 부족 같은 경우도 경계할 일이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