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神曲) 지옥편에는 악의 무리들이 9개의 옥(獄)에 분산 수용되어 있는데, 이교·이단의 무리는 이중 제6옥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단자들은 종파별로 불타는 무덤속에서 처절하게 고통받고 있다. 영혼의 안식처인 무덤을 쇠를 달구는 대장간의 불길보다 더욱 강한 열기로 태우는 벌을 고안한 단테의 상상력은 끔찍할 정도다.
최근 일부 종교단체들이 잇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민심이 뒤숭숭하다. 모 종교단체의 교주는 신도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됐는가 하면, 더 먼저는 맹물을 '생명수'라며 시신에 물을 주다가 이를 의심한 신도를 살해한 연천의 한 종교단체가 된서리를 맞았다. 사이비 종교가 번성하는 이유로 종교학자들은 종말론과 신비주의적 체험을 빙자한 영생론이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교묘하게 위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이비 교주들의 비상식적, 탈현실적 교리에 대학교수·공무원 등 식자층이 말려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78년 가이아나 인민사원의 914명 집단자살, 93년 미국 다윗파 86명 사망 사건, 94년 스위스 태양의사원 신도 48명 집단자살, 87년 32명이 집단자살한 오대양사건 등이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비극적 종말을 증거하는 국내외의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내 친이슬람 학자인 에드워드 사이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일당을 광적인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회가 불안할수록 사이비 종교가 창궐한다는 점이다. 구소련 해체 이후 불안감 때문에 종말론자가 15만명으로 급증한 러시아나, 장기불황 탓인지 해마다 100여개의 신흥종교가 생겨난다는 일본의 예를 봐도 그렇다.
공동체가 삶의 의욕을 잃거나 희망의 불씨를 꺼트린 사회는 온갖 '사이비'의 온상이 되는 셈이다. 반목과 대립이 만연하는 우리 사회는 그래서 위험하다. 게다가 내세기복(來世祈福)의 민족성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불신을 거두어내고 화합의 신명을 올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하루하루 우울한 소식들 뿐이니 답답한 시절이 아닐수 없다./윤인수(논설위원)
사이비종교
입력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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