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영웅 시저를 비롯해 수많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서양 미녀의 대명사인 그녀가 미인이 아니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발행된 화폐의 초상 등 자료에 따르면 그녀는 기다란 매부리코에 입이 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 뇌쇄(惱殺) 포인트는 무엇이었던 것인가. 그게 바로 그녀의 풍부한 교양과 여왕으로서의 고상한 품위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집트어 외에 그리스어 등 수개 국어를 구사했고 그런 말솜씨와 태도에 독특한 매력이 넘쳤다고 한다. 한 마디로 지적(知的) 미인이었던 것인가. 그럼 동양 미인의 대명사인 양귀비는 어땠을까.

2000년 10월 중국 시안(西安)의 양귀비 유적지 화청지(華淸池)에서 본 그녀의 석상은 약간의 다이어트가 필요할 만큼 통통한 편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태진(太眞)이란 이름의 여도사(女道士)로 자질이 풍염(豊艶)하고 가무(歌舞)에도 뛰어나 재색을 겸비했다는 그녀의 교양과 지성미는 클레오파트라에 비견해 어느 정도였을까.

역사의 갈피엔 수많은 절세미인이 명멸했다. 그런데 1m 가까이만 가도 정신이 아뜩해 무너질 정도로 매력적인 미인이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그녀가 바로 청나라 전성기인 건륭제(乾隆帝) 때의 향비(香妃)인지도 모른다. 전혀 화장을 안 해도 몸에서 향기가 났다는 유일한 미녀가 향비였다.

한데 '향비'의 '妃'자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허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단검까지 품었던 열녀였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가 독사에 물려 자살했고 양귀비도 목을 매 그랬듯이 향비 또한 황후의 강요에 의해 자살해버렸다.

요즘의 미인이야 박명(薄命)하지 않지만 요는 매력 포인트다. 성형수술로 수없이 얼굴을 뜯어고치지 않은 자연미도 소중하지만 교양과 품격을 갖춘 지성미 역시 불가결이다. 작년 아시안게임 때처럼 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도 좋아라 뽑혀온 인형 같은 수백 명의 북한 미녀 응원단이 공연히 안쓰럽다는 느낌이 앞선다. 미녀가 아니면 남쪽에 올 자격도 없다는 것인가. 다음 대회 때는 제비뽑기로 선발하는 게 어떨까./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