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대화내용 가운데 군대시절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격이다. 술 자리에서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단연 군대 얘기가 으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군대 얘기가 지겹다고 한다. 청춘의 3년 가까이를 보냈던 남자들의 추억과 애환을 이해할 리가 없다. 남자들만의 공간에선 우스갯소리보다는 군대서 고생했던 경험담과 무용담들이 마치 '전설의 고향'의 얘기처럼 줄줄 나오게 된다.

팬티 바람에 집합당하는 '빰빠라'에서부터 '얼차려', 엄동설한에 훈련을 하거나 보초서던 일, 혹독한 유격훈련받던 일, 고참병들의 수발을 들거나 기합받던 일 등은 남자들만이 갖고 있는 값진(?) 추억담이다. 특히 일명 ‘쫄따구’ 시절의 애환이나 식기당번, '뻬당(페치카 당번)' 등은 추억의 단골메뉴다.

그 중에서도 '짬밥'이라는 용어는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대표적인 군대언어다. 병사들간의 서열은 물론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도 '짬밥' 순서에 따라 서열이 가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철저한 상명하복에서 나온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한 문화다. 일제때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살인적인 구타 등에서 온 비민주적인 전통의 잔재다.

최근 육군이 이같은 전근대적인 병영문화를 개선코자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시달했다. '쫄따구', '갈참' ,'말똥(영관장교)', '밥풀(위관장교)', '짱보다(망보다)', '돌팔이(군의관)' 등 50년 이상 써오던 군대 언어를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징계처분한다는 것이다.

또 후임병에게 관등성명을 복창시키거나 식기세척, 심부름, 얼차려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1~5년의 징역에 처한다고 한다.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 얘기가 들리는 마당에 정말 이 지침이 지켜진다면 더없이 좋은 민주적인 군대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군대는 사회와는 사뭇 다른 낯선 환경과 낯선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우치는 곳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군기와 복종이 군의 생명임을 생각하면 지휘통솔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짬밥문화'의 청산은 군조직의 유지를 감안해 이같은 과도기적 혼란을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다./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