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에겐 '밀월(蜜月) 100일'이라는 선물이 있다. 취임 100일 동안만은 비판을 삼가고 '대통령 자리'라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지 않는 봐주기 선물이다. 그래서가 아니라 취임 초부터 속된 말로 '죽을 쑤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워터게이트'의 닉슨만 해도 취임 초는 물론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데탕트 시대를 연 거인'으로 존숭 받았다. 1972년 '죽(竹)의 장막'을 넘어 중국을 방문, 미·중 국교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이른바 '핑퐁 외교'를 펼쳤고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체결 합의, 베트남 미군 철수(73년) 등 큰 업적을 남긴 닉슨이었다.

취임 8개월,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23일 발표한 조지 부시의 인기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갤럽, USA투데이, CNN이 합동 조사한 그의 지지율은 무려 90%로 갤럽이 조사를 시작한 1938년이래 최고였다. 그 때까지의 최고는 그의 부친인 부시가 걸프만 전쟁 후 획득한 89%와 트루먼이 제2차 대전에서 독일을 격파한 직후 얻은 87%였다.

그런데 1년 후인 작년 9월의 지지율은 63%, 지난 2월엔 45%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도 YS는 사정(司正)과 개혁으로, DJ는 IMF 극복으로 각각 83.4%와 62.2%였다. 노태우도 취임 초는 물론 4년까지도 북방정책, 정경발전 등 외신들의 업적 칭찬을 받았다.

초장부터 '죽을 쑨' 미국 대통령은 닉슨과 더불어 '10명의 악당 대통령'에 낀 빌 클린턴이다. 그는 '밀월 100일'은커녕 한 달도 안돼 “정치적 무능의 안개가 화이트하우스를 덮기 시작했다”는 등 유력지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고 타임지 조사 지지율은 50%에 불과했다.

동성애, 병역 기피, 혼외정사, 마리화나 흡연 등이 요인이었다. 한데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안돼 정치적 생명을 걸고 분투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 11일엔 “취임 6개월도 안돼 지지율이 23.4%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랬는데 취임 6개월인 오늘에 맞춰 KBS가 조사한 '잘하고 있다'는 40%라고 한다. 그럼 괄목할 만한 지지도 상승이란 말인가! 저 끝없는 빗줄기만큼이나 답답한 일이다. /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