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물은 과거사를 형상화시킨 문화적 상징물로서 특수한 시공간내에서의 역사의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매개물 구실도 하고 있다. 특히 사라진 기억들을 가시적인 형태로 정형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재현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대상을 신비롭고 성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특수성을 지닌다.

따라서 근대에 들어 나라마다 민족적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이같은 방법을 자주 동원했으며 이에 걸맞는 대대적인 기념행위도 제도화 하고 있다. 미국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전후로 많은 기념물을 조성했다. 특히 링컨의 상징물화는 국가의 성격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문화의 척도로 여길 정도였다. 2차대전이후 독일도 여러 기념물을 조성, 나치와의 역사적 단절을 표방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혁명이후 나폴레옹의 영웅적인 모습과 민중의 혁명적 봉기를 나타내는 조형물을 곳곳에 세워 프랑스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했다. 하지만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이러한 기념물을 각종 영웅 전쟁 혁명 등과 관련시켜 정치적으로 활용, 국민들을 호도하기도 했다. 기념해야할 사항을 상징하는 조형물은 고대부터 만들어져왔다.

태양신을 섬기기위해 건립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obelisk), 거석기념물인 프랑스의 맨히르(menhir)등 현존하는 기념물들이 그것이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존재하기 시작한 모뉴먼트(monument), 즉 기념을 위해 세운 건조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민족통합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거나 역사를 왜곡한 상징물이 사라져가고 있다. 구소련내 사회주의 관련기념물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식민지국가의 침략국 잔재 기념물에 대한 철거와 청산이 대표적이다. 만들때부터 어리석음이 한껏 배어 있는 '개항 100주년 기념탑'이 건립 20년만에 본격 철거된다는 소식이다.

1883년 일제에 의해 강제개항된 치욕을 기념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의미를 담고있는 이 탑의 철거가 모처럼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왜곡된 개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정준성(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