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낚시를 잘 하는 사람은 '다 낚아'(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낚시꾼의 시조라면 아들들에게 인류 최초로 낚시를 가르쳤다는 아담의 셋째 아들 셋(세드=Seth)이고 낚시교의 교주이자 낚시꾼의 대명사라면 역시 강태공(姜太公)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병법에 능한 주(周)나라 재상이었지만 병가(兵家)보다는 만고(萬古) 만세(萬世)에 낚시꾼 전설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가 낚시를 즐긴 곳이 한(漢),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위수(渭水)였고 재위 1189∼1208년의 금나라 6대 황제 장종(章宗)의 낚시터가 바로 베이징(北京) 외성(外城) 밖의 조어대(釣魚臺), '댜오위타이'다. 시문에 능한 그가 머리도 식힐 겸 장고(長考)의 인내심을 기르던 곳이 조어대였다.
또한 청나라 융성기의 건륭제(乾隆帝)가 어려운 국사를 잠시 놓고 쉬던 곳도 조어대였고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마지막 울적함을 달랜 곳도 그 낚시터 조어대였다. 그들뿐이 아니다. 원, 명, 청조의 모든 황제들의 휴식처가 거기였다. 그 조어대가 국빈을 맞는 영빈관과 세계가 주목하는 외교무대가 된 것은 1949년 공산 정권 수립부터였다.
초기엔 북한, 소련,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 원수 숙소로 사용됐지만 70년대 개방정책 후 '다 낚아' 일본 총리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이 묵기 시작했다. 이상옥(李相玉) 외무장관과 첸지천(錢其琛) 외교부장이 92년 8월 24일 역사적인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한 곳 역시 조어대 방비원(芳菲苑), '팡페이위안'이었다.
오늘 끝나는 북핵 6자회담이 바로 그 방인 제17호관에서 열렸다. 그런데 '방비원'의 '芳'은 꽃다울 방, '菲'는 '향기 비'자다. '芳菲'란 즉 '향(香)'이다. 그러나 '菲'는 '천학비재(淺學菲才)'라고 할 때의 그 '엷을 비'자에다 변변치 못한 음식의 '비식(菲食)'이나 천박한 덕의 '비덕(菲德)'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조어대라는 낚시터에서 미국은 북핵을, 북한은 불가침조약을 뜻대로 낚기 시작했느냐도 문제지만 성사의 향기로운 방이냐 아니면 허탕의 천박한 방이 됐는가도 심각한 관심거리다./오동환(논설위원)
조어대
입력 200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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