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이민을 희망하는 우선순위 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는 17세기 무렵만 해도 영국의 식민지로 기아에 시달린 유럽인들의 생계형 도피안이자 유형수의 땅이었다. 영국이 미국 제임스강 연안에 식민자를 정착시키고 제임스타운으로 명명한 것이 1607년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으로 부터 문명 불모의 상황이 100여년이나 지속된 뒤였다. 그러다 유럽 전제정치의 희생자들인 농노들이 집단 이민의 길을 선택하면서 오늘날 백인국가를 형성했다.
한때 백호주의를 표방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호주의 과거는 더욱 초라하다. 1776년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발발하자 그때까지 미국으로 죄수를 처리했던 영국은 대안으로 호주를 새로운 유형식민지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건설된 도시가 현재의 시드니이다. 캐나다 역시 이들 나라와 건국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불모의 땅에 이주하거나 이주당한 사람들의 처지는 예나 지금이 똑같다. 1902년 12월22일 제물포(인천)항을 떠나 1903년 1월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한국 최초의 이민자 100여명도 마찬가지 처지였을 것이다.
어느 누가 물 설고 낯 설고 말도 안통하는 타국살이를 좋아서 결심하겠는가. 조국에서의 하루하루가 암담한 처지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그것이 설령 나이트메어(惡夢)로 끝날지라도 붙잡고 볼수 밖에…. 그것이 요즈음은 '캐나다 드림' '뉴질랜드 드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한 홈쇼핑 업체가 캐나다 마니토바주 이민을 알선하는 '이민 상품'을 내걸어 80분만에 17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트렸다 해서 화제 만발이다. 사지육신 멀쩡한 20~30대들이 불티나게 '이민'을 주문하는 세상이 됐다니 정말 이나라에 꿈과 희망이 고갈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 자문해 볼 일이다./尹寅壽〈논설위원〉
'이민' 주문시대
입력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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