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열렬한 키스를 받은(sunkissed) 맛있는 과일이 선키스트(sunkist)이고 햇빛, 햇볕, 햇살을 잘 받아 무르익은 과일이 선키스트다. 태양의 뜨거운 키스가 없으면 과일뿐 아니라 모든 농작물이 죽는다. 해가 기후를 지배, 4계절을 베풀기 때문이고 해가 농작물의 생장(生長) 조건인 광선과 기온을 조종, 공기를 다스리고 강, 호수, 바닷물 등 지상의 모든 물을 마치 세금 거두듯이 거둬 올렸다가 단비로 내려주는 등 자연환경 조건을 지배,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작물이 죽으면 사람도 못산다. '오 그대는 나의 태양'의 '그대'만이 아니라 해가 없이는 동물도 죽고 해바라기를 비롯해 기타 식물도 숨을 못 쉰다.
'햇빛이 적다(sunless)'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뜻이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sunny, sunniness, sunshiny)와 '선리스'와는 천당과 지옥의 차이다. 이 여름의 햇빛, 햇볕, 햇살이 너무나 그립고 열렬한 태양의 키스가 너무나 아쉽다. 비가 저토록 지겹게 내릴 수 없다. '해의 날'인 선데이(Sunday)고 뭐고 쏟아진다.
그런데 기가 막혀 땅을 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논바닥의 벼를 갈아엎고 불태워버리는 농가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여름 6∼8월의 절반 이상을 비가 내려 수확을 해봤자 쭉정이뿐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과잉생산→가격 폭락으로 갈아엎는 무 배추밭은 봤어도 5곡 중에서도 으뜸인 벼를 깔아 뭉개버리는 모습은 금시초견(今時初見)이다.
1993년의 냉하(冷夏)로 지린(吉林)성을 비롯한 중국의 쌀 수확은 20%, 북한은 10%나 줄었다. 그 해는 한국, 일본 등 동북아뿐 아니라 미국 등 지구 전체의 현상이었다. 금년이 10년만의 냉하다. 광화학(光化學) 스모그가 감소하는 등 냉하의 이점도 없진 않지만 농작물 피해가 너무나 크다. 과일 맛은 또…. 냉하에 견디는 내랭(耐冷)벼, 극랭(克冷)종 개발과 태양의 뜨거운 키스가 없이도 잘 자라고 여무는 내습(耐濕)벼 개발이 시급하다./오동환(논설위원)
벼 수확 포기
입력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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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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