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 교황이 다스리는 성스런 왕국이며 시국(市國)인 바티칸에서도 '범죄 시계'는 돌아간다. 돌아가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돌고 돌아 1인당 범죄율이 단연 세계 최고다. “바티칸 범죄율은 이웃 이탈리아보다도 20배 이상 높고 작년에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도둑질과 뇌물, 사기 등”이라는 것이 지난 1월8일 니콜라 피카르디 바티칸 검찰총장이 교황청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범죄 시계도 느리지 않다. 목사와 교회 간부들이 권총을 차고 교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법안을 1998년 7월15일 통과시켰던 게 켄터키주 의회였다. 물론 헌금(獻金)을 노리는 강도나 도둑 탓이다.

죄수 천국이 미국이다. 기타 선진국보다 5∼7배나 많은 약 200만명이 투옥돼 있고 450만명이 가석방 또는 집행유예 상태라는 것이 작년 8월10일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보도였다. 그래선가 클린턴 정부는 94년 8월 '경찰 10만명 증원, 19가지 공격용 무기 사용 금지, 연방 사형제도 확대, 3번 중죄엔 무기징역'을 골자로 한 '범죄방지법'까지 만들었다. 일본의 형무소(교도소)도 넘쳐난다. 작년 6월말 현재 수용률이 103%였다. 사상 최다인 325만6천건의 형사사건에 역대 최저인 42.7%의 검거율을 보임으로써 그들의 이른바 '치안 신화'가 깨졌다는 시점이 2000년이었다.

그러니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느려터질 범죄 시계가 아니다. 작년 1∼7월의 살인이 9시간30분에 1건, 강도와 강간이 각각 1시간30분에 1건이었는데 비해 금년 같은 기간의 살인은 8시간53분에 1건, 강도와 강간은 각각 1시간18분과 1시간22분으로 범죄 시계가 빨라졌다는 게 엊그제 경찰청 통계 발표였다. 교도소, 구치소도 정원 초과다. 8시간53분에 1건 꼴로 살인을 저지르다니 도무지 오금을 펴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나 홀로' 절해(絶海) 무인도에 주민등록을 옮길 수도 없고…./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