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달을 토끼로 여겨 토끼 달 '토월(兎月)'이라 했고 토끼 혼령 '토백(兎魄)'이라 했다. 옥토끼 '옥토(玉兎)'라고도 했고 달 그림자를 가리켜 '토경(兎景)'이라고도 했다. 행성, 위성 차원의 달을 까맣게 모르던 옛 사람들은 또 달을 두꺼비로 보았고 달의 혼백을 두꺼비 혼백인 '섬백(蟾魄)'이라 불렀다. 같은 두꺼비라도 때에 따라 금두꺼비(금빛 달), 은두꺼비, 옥두꺼비(素蟾)로 구별했다. 옥두꺼비…그래서 달을 또 '옥백(玉魄)' 또는 옥바퀴 '옥륜(玉輪)'에다 옥갈고리 '옥구(玉鉤)'라고 했던가. 초승달이 곧 옥구다.

선녀로도 여겼다. 달을 '선아(仙娥)'라고 하는 것도 '항아(姮娥)' 또는 '상아'라고 하는 것도 선녀, 즉 '달 미녀'를 가리킨다. 상아의 '상'은 '女'변에 '常'이 붙은 글자다. 또 달 속에 월궁이 있어 거기 사는 미인을 '월궁항아'라고 부르고 달을 희디희게 소복한 미인에 비유, '소아(素娥)'라고 일렀다. 춘화추월(春花秋月)이라고 했다. 봄꽃과 가을달이 꽃과 달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보름달 만웨(滿月), 잉웨(盈月)를 왕웨(望月)라고도 한다. '바라보는 달'이다. 우리도 그렇다. 특히 일본 사람들은 보름달 망월(望月)을 한 글자로 '望(모치)'이라고도 한다. '바라보는 달'이란 즉 희망이라는 뜻이다.

열두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달이 십오야(十五夜) 밝은 달, 삼오야(三五夜) 밝은 달인 추석 달이다. 그렇다면 그 바라보는 마음도 가장 희망적이어야 하고 그 감상하는 달(賞月) 또한 가슴 속속들이 포근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너무나 어둡다.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내일의 망월, 추석 달도 못내 아쉽지만 금년 여름 내내 지긋지긋하게 쏟아진 빗줄기에 썩어버린 농작물, 쭉정이 들판에다 생활고에 퀭하니 뚫린 가슴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2003 이런 최악의 추석이 두 번 다시 오지 않기를 빈다./오동환(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