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중국원인(猿人)의 평균수명은 13∼14세, 신석기시대 베이징(北京)원인의 평균수명은 14.6세에 불과했다. 기원 전 21세기의 하(夏)나라로부터 기원 전 16세기의 상(商→殷)나라까지는 20세, 서주(西周),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기원 전 247∼207년의 진(秦)제국과 그 뒤의 한(漢)제국까지도 평균수명은 20세를 갓 넘을 정도였다.” 중국의 고대 문헌과 저명한 고고인류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1993년 6월19일자 홍콩의 문회보(文匯報) 기사 내용이다. 우리 조선왕조 임금의 수명만 해도 예종과 헌종이 20세, 인종이 31세, 철종 33세, 명종과 현종이 34세였고 60을 넘긴 분은 영조(83), 태조(74), 정종(63), 숙종(60)뿐이었다.

조선조의 '평생'은 60세였다. “내외가 환력평생(還曆平生)하게 되면 그도 아니 좋을손가.” 소설 '이춘풍전(李春風傳)'에서 춘풍의 아내가 남편에게 한 말 '환력평생'이 '인생=60'을 뜻한다. 60만 살면 장수 축하 잔치를 벌였고 70을 살면 고래(古來)로 드문 희수(稀壽)라고 했다.

1936년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통계시보'를 봐도 당시의 평균수명은 여자가 38.5세, 남자는 36.3세였으니 인생 70 고희가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그런데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의 여자 평균수명이 드디어 80세(남자는 72.8세)를 넘어섰다. 세계 최고 장수국인 일본의 2002년 평균수명(여자 85.23세, 남자 78.32세)엔 크게 못 미치지만 괄목할 장수 수준이다.

장수도 좋지만 '건강수명'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9일 101세로 타계한 다큐영화의 세기적인 거장 리펜슈탈 감독은 작년 100세까지도 사진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나 '늙고 병든 몸에는 눈 먼 새도 안 앉는다'는 속담이나 '수즉다욕(壽則多辱)' 즉 '명이 길면 그만큼 욕된 일이 많아진다'는 고대 중국의 성군(聖君)인 요(堯)임금의 말씀 또한 경청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