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일한 만큼 누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열심히 일한 사람은 그만큼 잘 살고, 빈둥거리며 게으름 핀 사람은 그만큼 못사는 게 이치에 맞는다는 것으로, 이 말은 가끔 자본주의 사회의 직업윤리로 인용된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고 싶은 데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할 때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일을 하고 싶은 의욕도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 데, 다만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마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할 자리가 없어 일을 못하는 것, 곧 노동할 의욕과 능력을 가진 자가 자기의 능력에 상응한 노동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실업(失業)이라고 한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이 가장 영향을 받는다. 직장에서는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것보다 신규채용을 않거나 줄이는 방법이 손쉽기 때문에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들조차 평균연령이 43.4세일 정도로 청년취업이 힘들어진다. 기업에서 정년을 보장해주는 곳이 많아지는 이유도 있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청년실업은 대학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여서 일부러 졸업을 늦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고 절반 이상의 대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취업을 위해 과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비자발적 실업인 ‘청년 실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복지정책이 완벽하게 갖춰진 선진국과는 경우가 한참 다르다.
더욱이 지난 수십년간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온 우리 사회로서는 일터를 생계수단이 아닌 삶 그 자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청년실업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준구(논설위원)
청년 실업
입력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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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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