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과 같이 누구네 핏줄이냐에 따른 혈족주의가 아니고 어느 땅에서 태어났느냐 하는 속지(屬地)주의여서 자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미국의 국적을 부여한다. 이 제도는 미국에 팔려왔던 노예의 후손들에게 영주권을 주기 위한데서 비롯됐다.
미국이외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대표적인 속지주의 국가에 속한다. 따라서 이민자가 아닌 외국인이 이들 나라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출생과 동시에 태어난 나라와 자국의 국적을 동시에 갖는 이중 국적자가 된다.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나라들은 속지주의를 따른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식민지들이 독립한 후에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에서 였다.
또 대만은 화교를 보호하기 위해, 멕시코는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실익을 위해,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의 경제력을 활용하기 위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47개국쯤 된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금하고 있다. 병역, 납세, 교육등 국민의 기본의무를 일반 국민과 똑같이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이중국적자는 증가추세다. 병역과 교육등의 혜택을 노린 '원정출산'도 여기에 합세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원정출산'으로 낳는 아기가 우리나라 신생아의 1%에 해당하는 5천명에 달할 정도다. 최근엔 미국에서 브로커로부터 알선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입국산모가 체포되는 국제적 망신도 당했다.
사실 원정(遠征)은 적을 치기위해 멀리 떠나는 일을 의미한다.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 칭기즈칸의 유럽 원정이 다 그렇다. 또 조사 답사를 위한 조직적인 탐험이나 여행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원정출산'은 아주 우스운 말이다. 아이 낳는 일이 원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조어(造語)가 화제인게 요즘세상이다./정준성(논설위원)
원정출산
입력 2003-09-24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09-24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