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제22대 왕인 정조는 생부를 생각할 때마다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효를 백성들에게 강조하면서도 자신은 정작 효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 어린 나이에 부왕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채 28살을 일기로 숨을 거둔 것을 목격한 정조로서는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은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정조는 보경 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 설법을 듣게 되었다. 아기를 배어서 수호해 주신 은혜, 해산에 임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은혜, 자식을 낳고서야 근심을 잊으시는 은혜, 또한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시는 은혜가 네 번째요,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시는 은혜, 젖을 먹여서 기르시는 것, 더러워진 몸을 깨끗이 씻어 주시는 것. 그리고 여덟 번째는 먼 길을 떠났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감히 짓는 것과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가 열 번째라고 말한다.
이에 감동한 정조는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고 4년간의 공사 끝에 1790년 용주사를 세웠다. 절이 완공되는 날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꾼 정조가 절 이름을 용주사로 정했다고 한다.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된 용주사는 곳곳에 생부를 향한 정조의 애틋한 효심을 담고 있다. 아버지 무덤에 참배를 하고 돌아오다가 푸른 소나무의 송충이를 집어 꿀꺽 삼켜 버린 일화도 있다.
신하들은 정조의 효심에 머리를 조아렸고 정조의 효심에 감동했는지 그 뒤 어디에선가 새들이 날아와 송충이를 모두 잡아먹어 숲은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효의 고장 수원·화성에서 세계효문화축제가 오늘 개막됐다. 10월5일까지 9일간 수원청소년문화센터와 화성시 융·건릉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는 효 문화의 확산을 위해 ‘세대간 만남과 이해’라는 주제로 효 문화를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진다. 주말 아이들의 손을 잡고 효문화 체험에 나서봄이 어떨까./李俊九〈논설위원〉
효(孝)문화 축제
입력 200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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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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