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축제가 다 있다. 시종일관 춤만 추는 인도네시아의 조그자가르타 축제와 타고르가 창안했다는 인도의 마니푸리 축제, 줄곧 술만 마셔대는 독일 등 유럽의 포도주축제와 맥주축제, 4월 황사에 물만 뿌려대는 중국 징훙(景洪)의 물 뿌리기 축제, 1년에 꼭 1주일 동안 단 한 번만 목욕을 한다는 티베트족의 목욕축제, 무려 수십만의 벌거숭이 사내가 '나오이(儺負)'라 불리는 '신오도코(神男)'의 몸에 살갗을 부대끼며 액운을 쫓는다는 일본의 알몸(하다카) 축제 등.
가장 격렬한 축제엔 벨기에의 오렌지 던지기 축제가 아니라 스페인의 토마토전투 축제와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에도 등장하는 소떼 쫓기 축제부터 꼽힌다. 6마리의 소를 800m 전방의 투우장에 몰아넣기에 수천명이 참가, 밟혀 죽거나 다치기 일쑤다. 가장 광란적인 축제는 브라질의 삼바축제다. 죽음과 에이즈, 가정파탄으로 끝장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열광의 도를 더해 가는 독일의 테크노 음악축제도 위험하다. 가장 큰 축제라면 지난 8월만 해도 무려 6천만명이 강물에 뛰어든 인도의 쿰브 멜라 목욕축제, 가장 긴(5월∼9월) 축제로는 독일의 '피리 부는 사람 재현 축제'다.
우리 나라도 축제 없는 날이 없을 정도에다 축제 없는 고장이 없다. 그러나 축제라면 역시 가을, 문화의 달 10월이라야 제격이다. 한데 영어의 축제, 축일인 festival은 환락이라는 뜻의 라틴어 festivus에서 왔지만 우리말 '축제'의 뜻은 다르다. 祝은 '빌 축'자로 '축문(祝文) 주(呪)'자와 같은 글자다. 제사를 지내며 비는 게 '축제'다. 기독교의 카니발(謝肉祭)이 축제로 통하는 뜻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원래 경건함과 엄숙하기 그지없던 행사가 축제였다. 축제를 통한 집단적 카타르시스도 좋지만 지나친 유희본능을 노출, 음주가무의 난장판을 만들고 만취의 차를 몰아 사고나 내는 등의 행작은 피하는 게 좋다./오동환(논설위원)
가을 축제
입력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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