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숲(Eastwood)'을 뜻하는 이름의 할리우드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86년 4월8일 동쪽 숲이 아닌 서쪽 숲의 카르멜시 시장 선거에서 72.2%를 득표, 당선됐을 때 언론의 반응은 대단했다. 전세계 130여개 언론매체에서 몰려들어 취재 경쟁을 벌였고 연예 잡지들은 '대성공을 거둔 한 편의 영화'라는 등 대대적인 특집을 실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널드 슈워제네거(56)가 지사로 당선된 그 캘리포니아주에 속한 카르멜시는 샌프란시스코 남쪽 70㎞ 지점의 조그만 관광도시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주는 면적만도 한반도의 두 배에 가까운 41만1천42㎢로 미 50개 주 중 텍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넓고 인구 또한 2천500만명이다. 최상위 국민소득에다 대학만도 170여개다. 그러니까 우리의 노랫가락에도 나오는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이나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와 코리아타운, 리틀 도쿄부터 연상하기 쉬운 캘리포니아주는 웬만한 나라보다도 크고 그런 주의 지사란 웬만한 대통령보다도 낫다. 그러니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스터 유니버스' 슈워제네거, '터미네이터'의 명배우인 그가 지사가 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55세에 당선된 레이건에 이어 37년만의 명배우 당선이다.

'배우'의 '俳'는 광대 배, '優'도 '광대 우'자다. 일본에선 '야쿠샤(役者)'라고도 하고 중국에선 '얀유안(演員)'이라 한다. 특이한 건 배우의 '優'자다. 우등생이라고 할 때의 '나을 우' '이길 우'자이기도 하지만 '근심(憂)에 차 있는 사람(仁)'의 형상이다. 정치가는 흔히 배우에 비유된다. 대중의 인기를 위해 대본대로, 또는 대본 없이도 끝없는 연기를 해야 하고 평판과 비난, 모함 등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통령' 자리란 결코 만만치 않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정치에도 뛰어난 해결사의 우등생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근심에 찬 광대로 거쳐갈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