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중 캐시카우(Cash Cow)란 말이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경영자문회사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성장은 완만하지만 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하는 흑자사업을 지칭해 만들어낸 조어(造語)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에 막대한 현금을 제공해주는 상품이나 사업분야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개척시대부터 '소'가 네발 달린 달러나 마찬가지였으니 '현금 소' 캐시카우란 작명이 그럴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의 현금성이 이에 못지 않으니 빌려쓰는 부담이 적은 단어다.
캐시카우 상품의 예로는 '○○파이' '○라면' '○카스' 등을 꼽을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찰을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든든한 화수분이자 효자상품인 것이다. 또 캐시카우 사업의 대표로는 단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정보통신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며칠전 발표하기를 올 3분기에만 11조2천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2조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중 반도체사업이 1조3천500억원, 정보통신사업은 7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한다. 특히 반도체사업은 지난 2000년 6조5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안겨주었으니 삼성전자의 '캐시카우'로 부족함이 없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동력인 현찰을 만들어내는 캐시카우 사업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캐시카우 기업이 있어야 국부(國富)가 커진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국민들의 삶도 풍족해진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의 '캐시카우 목장'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캐시카우 목장에 암운이 깃들고 있으니 웬말인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초지가 메마르면서 캐시카우 기업들이 더 나은 목초지를 찾아 외국으로 탈출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초지를 되살리기는 커녕 여건이 더 나쁜 초지로 캐시카우들을 이주시키려 하니 죽겠다고 내지르는 '소(기업)'들의 비명에 귀가 멍멍할 정도다. 기업들의 아우성이 정녕 소 울음으로만 들리는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윤인수(논설위원)
'캐시카우' 목장
입력 2003-10-21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3-10-21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