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프랑스 유머가 있다. 어느 신사가 파리 번화가에 걸려 있는 '뇌 세포 팝니다'라는 간판에 호기심이 끌려 들어갔다. 가게엔 여러 직업인의 뇌 세포가 포르말린 병 속에 간직된 채 고이 진열돼 있었다. “이걸 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신사가 묻자 주인은 자신감 넘치는 목청으로 말했다.

“저희 가게와 특별계약을 한 고명한 외과 의사가 선생의 뇌 세포 대신 이 걸로 감쪽같이 갈아 끼우는 개체(改替)수술을 해 드리는 겁니다.” “그럼 값은 어떻게 됩니까.” “가장 비싼 게 정치가의 것이고 예술가나 과학자의 뇌 세포는 다소 떨어집니다. 예? 아니지요. 정치가의 것이 가장 비싼 까닭은 그들의 뇌 세포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새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쓰지 않아 텅텅 빈 머리에다 입은 어떤가. 테너 엔리코 카루소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한껏 최고의 목청을 포르티시시모로 뽑아 올릴 때의 입들처럼 정치인의 얼굴은 대부분 입이 차지한다. 아니, 정치인의 '얼굴-입=0'이라고 한다. 그런 입들을 열었다 하면 거짓말이 새 나온다. “정치 연설을 듣거나 영도자들의 연설문을 읽을 때마다 인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경이(驚異)를 품는다. 항상 똑같은 거짓말을 똑같은 말로 하고 있는 것이다.” 카뮈의 '비망록'에 나오는 말이다. 흐루시초프도 “정치가란 시냇물도 없는데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공약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런 뇌 세포에 '정치란 바른 것(政者正也)'이라는 논어의 말씀이 각인될 리 없다. 100억, 200억 현찰을 받는 순간 10만원, 100만원 고액권이 있다면 얼마나 간편할까 따위 생각으로 가득 찰 사람들이다. 만약 그런 고액 수수설에도 “1원도 안 받았다”는 검찰 출두의 변(辯)이 끝까지 '정말'로 밝혀지는 정치인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의 뇌 세포는 그래도 꽤 사용한 적이 있는 '신기한 정치인'으로 이 땅의 청사(靑史)에 길이길이 기록될 것이다. /이준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