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우리 당'이라는 새 정당 이름을 놓고 제소 설 등 말들이 많다. '우리(We)'라는 '1.5인칭' 대명사 때문이다. '우리 당의 도전에 대한 우리 당의 응전(應戰)' 따위 말도 안 되는 말의 후자 '우리 당' 대신 '저희 당' '쇤네(소인네) 당'으로 낮춰 부를 수도 없고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더욱 우스운 건 '우리(We)'에 이어 연상되는 '우리(terrarium)'다. 육생(陸生) 동물 사육장, '돼지우리'라고 할 때의 '우리'다. 큰 '우리'가 돼지우리, 작은 '우리'가 도마뱀, 곤충 등을 기르는 상자다. 따라서 '열린 우리'라고 하면 갇혀 있던 돼지 떼가 모두 뛰쳐나갈 수 있다. 우리 안의 돼지들을 위해서는 '열린 우리'보다 '닫힌 우리'가 나을 것이다. 하기야 인간의 집(家) 자체가 '지붕 밑의 돼지' 형상이다.
13억 중국인은 '우리'를 어떻게 들을까. '우뚝 서다'는 '올립(兀立)'이나 '만물의 이치'의 '물리(物理)' 등 괜찮은 뜻보다는 그렇지 않은 말이 많다.
탐관오리의 오리(汚吏), 버릇없고 예의 없는 무례(無禮), 비합리와 억지의 무리(無理), 비속하고 조잡한 무리(蕪俚), 무력(武力) 등이 모두 '우리' 발음이다. 이자 5푼의 5리(五厘), 방안과 마누라의 옥리(屋里), 가물치도 '우리'라고 하고 안개 속에서 꽃을 본다(霧里觀花)고 할 때의 안개(霧里)도 '우리'다. 1억3천 일본인의 귀엔 또 어떨까. '팔아먹다'의 '우리(賣り)'부터 들릴 것이고 오이과(科)의 1년생 풀을 연상할 사람은 드물지도 모른다.
정당 이름이야 아무러면 어떤가. 참여 정부라니까 정부 시책과 개혁에 참여하기 위해선 '닫힌 우리'보다는 '열린 우리'라야 할 것이다. 현재 이라크엔 무려 200여 정당이 난립했다고 한다. 금수강산 우리 땅에 '열린 우리 당'이든 '닫힌 남의 당'이든 한 두 개쯤 느는 건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른다. 요는 수명이다. 100년, 200년 열린 우리로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吳東煥(논설위원)
'열린 우리 당'
입력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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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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